[이진옥]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입력 : 2011-03-07 00:00:00 수정 : 2011-03-07 1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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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옥]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사랑의 이율 배반

 

 

그대여
손을 흔들지 마라.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떠나는 사람은 아무 때나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겠지만
남아 있는 사람은 무언가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가.

기약도 없이 떠나려면
손을 흔들지 마라.

언제였더라?
눈발이 간간이 흩날리던
어느 금요일 오후,

첫째는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온다 하고
아내는 엄마들끼리 하는 계 모임에 수다 떨러 갔고
나와 둘째만 덩그러니 남았다.

서울에 사는 여자와 사귀는 둘째가
눈 오는 날 데이트도 못한다는 생각을 하니 외롭게 보여
같이 운동이나 하러 가자며 꼬드겼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수은주가 영하 5도를 가리키던 날,
파란 하늘이 봄을 닮아서
파란 하늘을 흐르는 구름이 내리는 눈발이
봄눈을 닮아서
모자가 달린 두툼한 코트를 입고 집을 나섰다.

 

징검다리를 따라 흐르는 강물에
이맘때면 얼음이 없었는데
올 2월엔 늦은 눈을 무겁게 얹은 얼음이
장갑을 끼지 않은 내 손처럼 여리다.

개 세 마리를 끌고
운동을 하는 부부를 만났다.

"아빠, 여기 온천천에는
 개를 끌고 나오면 안 되는 것 아니에요?"
"그래...저 사람들은 한글을 모르는 사람이거나
 애완견을 끌고 나오지 말라는 표지판을
 아마도 보지 못한 모양이지 뭐."

봄옷을 화사하게 차려입은
세 마리의 개들을 보면서
둘째는 다시 내게 묻는다.

"아빠, 개가 왜 옷을 입어야 하죠?"
"글쎄...."

주인 마음이겠지.
주인이 생각하기에 개도 옷을 입어야 하겠지.
털이 있는 동물들은
털이 빠지고 새로 나며 스스로의 능력이 있는데
주인은 그 능력이 미덥지 않나 보다.

둘째의 깊은 눈을 본다.
고집이 참 센 아이였는데...
두툼하게 옷을 입었던 아이의 고집이
시간이 지나며 한 겹 두 겹 옷을 벗는다.

내 이야기에
주위의 이야기에
머리 주억거리며 귀를 기울이는 아이는
강아지들의 봄빛 두툼한 옷 속에 가려진
그들의 여린 피부를 걱정한다.

"지하야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저 개들도 우리처럼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할 거야."
"그렇겠죠 뭐...
 그래도 사람들의 무지 때문에 쟤네들이 얼마나 답답할까."
"그렇지?
 아빠 때문에 답답했던 기억은 없니?"
"아뇨...아!!! 몇 번 그런 적이 있긴 했었는데
 아빠가 저의 아빠여서 참 좋아요.
 형도 나도, 또 엄마도 다 행운이에요."
"짜아식...고맙구나."

 

오랜만에 둘째와 산책을 하며
누런 잔디 위로
조금씩 나풀거리는 눈발을 맞았다.
손이 시렸다.

 

기온이 많이 내려갔을 때 내리는 눈은
가늘게 부서져서 내리는 줄만 알았는데
이른 아침에 내리는 눈은 무척이나 탐스러웠고

따뜻한 영하에 내리는 눈은
마냥 탐스러운 줄만 알았는데
낮에 내리던 눈이 가늘기도 했다.

늦은 오후,
오랜만에 온천천을 걷는다.

햇살 가득한 잔디 위로
오후의 나무들이 그림자를 길게 눕힌다.
그 그림자들이 나의 발길에 자꾸 채인다.

뚜벅뚜벅
발끝에 채이는
긴 그리움으로....

봄을 몰고
바람을 몰고
잠시 다녀간 정월 대보름,

구름 속에 거닐겠다던
정월 대보름달은
홑겹 선선한 옷 하나 걸치고 섰어도
멀리서 웃고 있었다.

그냥 웃지 않고
내일 비를 내리겠다고
장난꾸러기처럼 웃고 있었다.

해운대 달맞이 가자고 했더니
피곤에 절어 있는 아내는 고개를 젓는다.
그래도 '정월 대보름달은 봐야 한다.'며 옥상으로 향했다.

 

"무슨 소원 빌어?"
"소원이 없다."
"왜"
"소원이 있다."
"무슨?"
"...."

 

달을 보며 이야기를 했다.
지금처럼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자.
서로의 이야기에, 행동에 사랑을 싣자.

 

"엄마 같은 사람을 만나면 진짜 좋겠다."
"지금 여자친구가 맘에 안 들어?"
"그런 건 아니지만...."
"니 엄마라고 단점이 없는 줄 아니?"
"????"
"아빠와 단둘이 있을 때는 결코 좋은 여자만은 아니란다.
 바가지 긁는 것도 여느 여자랑 똑같고,
 투정부리는 것은 더(훨씬) 심하고....
 또....
 또...."
"그만!!!"

아내가 나의 말을 끊자
밤하늘 아래 달처럼 모두가 웃었다.

미안하구나.
부족한 것이 참 많은데
행복한 표정을 보니 더 미안하구나.
참 많이 미안하구나.

새벽녘,
시계의 숫자를 보며 눈만 깜빡이다가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다.

오늘은 토요일인데
오늘은 좀 느긋해도 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어려운 일을 하게 되면
그 환경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게을러져도 되는 환경에의 적응은 어찌나 빠른지...

첫째가 동아리에서
배내골로 엠티를 간단다.
가면서 먹을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하느라
달그락거리며 나의 단잠을 깨운다.

 

"벌써 일어나?"
"당신은 더 자."
"당신은?"
"지수 샌드위치라도 만들어 줘야지."
"뭐... 지가 알아서 만들어 가겠지."

이른 새벽에
아이의 도시락을 챙기는 아내는
도시락을 만드는 시간에 무엇을 생각할까?

나는,
아무도 깨어나지 않은
조용한 여명의 푸른 기운도 먼
캄캄한 새벽에
내 아침을 챙기는 아내를 보며
가슴 서늘하게 아려온다.

 

 

이제 3월이면....
그래 봄이 왔구나.
이제 기지개를 켜야 할 텐데....


사진은 온천천의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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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하는 소리가 들릴 듯한 아침,
거실에 들어서며 무심코 본 달력에
2월이 꼬리가 겨우 걸려 있다.
붉은 해가 올라오는
기운 때문일 것이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구름 속에 가려
뿌옇게 흐려진 달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어느새 옆구리를 건드리는 둘째와 섰다가
늦게 올라온 아내와 첫째가 섰다.

 

2월에 내리는 눈은
볼 때마다 그 모습이 다르다.

 

                    - 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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