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본 도쿄 도심에서 대규모 반(反)한류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7일에 이어 두 번째다. 시위대의 타깃은 한국 드라마를 가장 많이 방영하고 있는 후지TV였다. "한류는 그만"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일부는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반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국경 없는 글로벌 문화 시대에서 이들의 자폐적인 집단행동도 문제지만,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정치적 반한 감정을 부추기는 극우 세력들이 시위대의 배후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극우 세력은 공공연하게 "한류를 좋아하는 것은 매국"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드라마나 K팝에 대한 단순한 반감 이상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한류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일부 젊은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정치적인 반한 감정을 선동하고 확산시키고 있는 것은 문화적 차원을 넘어 외교적으로도 자칫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반한류 감정의 표출이 몇 차례의 시위로 그치질 않을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사실을 왜곡하면서 반한·극우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일본 누리꾼 '넷우익(넷토우요쿠)'의 선동 역시 반한 감정에 불을 지피고 있다. 비뚤어진 문화 국수주의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
일본의 소아병적인 애국주의적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는 한류는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다. 한류는 결코 극우 세력들의 정치선동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나마 대다수 일본인들이나 대중문화 평론가조차도 반한류 시위와 극우 세력의 반한 감정 조장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들의 선동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한·일 양국 정부 모두가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가뜩이나 독도 문제나 교과서 문제로 마찰과 대립이 끊이질 않는 양국 관계가 무분별한 극우 세력의 반한 감정 선동으로 더 악화돼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