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현대자동차가 준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팰리세이드’의 시트 접힘 불량으로 미국에서 사망 사고가 난 가운데 해당 시트의 문제점에 대한 국내외 소비자들의 불만이 동호회, 글로벌 온라인 사이트 등에서 여러 차례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에서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는 바람에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7일 디올 뉴 팰리세이드 풀체인지 오너스 클럽 등 동호회에 따르면, 지난해 초 출시 때부터 고객들이 시트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7월 닉네임 ‘울산LX ××’는 동호회 게시판에 “5세 아이랑 친구들이랑 어린이집에 등원해주는데 3열에 안전벨트를 매고 앉아서 호기심에 시트 접는 버튼을 눌렀는데 아이가 앉은 상태에서 시트가 접혀 놀랐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해당 사연자는 “기존 팰리세이드는 접는 버튼이 트렁크에 있다 보니 이런 일이 없었는데 신형은 3열에 접는 버튼이 있어 위험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닉네임 ‘청주LX ××’는 지난해 3월 “2열 시트가 폴딩버튼을 누르면 접히지 않고 기계소리만 들렸다”고 했고, ‘양주LX ××’는 “전동시트에 문제가 있어서 새 차 인수 후 블루핸즈(현대차 서비스센터)에 갔더니 시트 리셋을 5번이나 했는데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처럼 전동시트 불량이 동호회 등에서는 이미 알려진 이슈였고, 서비스센터에도 관련 불만들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국내에선 이렇다할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현대자동차 준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시트접힘 불량으로 인해 국내외 동호회와 온라인사이트 등에서 여러차례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초 출시된 현대차 ‘디 올 뉴 팰리세이드’ 2열 폴딩 시 모습. 현대차 제공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박용선 자동차정책과장은 “저희 부처나 교통안전공단 쪽에 민원이나 제보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어권 최대 커뮤니티 ‘레딧’ 등에서도 해당 차종 전동시트 센서의 감지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왔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도 유사한 소비자 불만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딧의 한 게시글에는 “아이가 둘이 있는데 2열 독립 시트는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버튼을 다시 누르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았다. 안전벨트가 채워져 있으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는 시트가 접힐 때 사람이나 물체가 감지되면 즉시 멈춰야 하는 ‘안티 핀치’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하성용 회장(중부대 스마트모빌리티학과 교수)은 “팰리세이드가 개발단계에서 민감도를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지난 7일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전동시트 작동 중 2세 여아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 현대차 북미법인은 지난 13일(현지 시간) 2026년형 팰리세이드 리미티드와 캘리그라피 트림의 판매를 미국과 캐나다에서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리콜을 제출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리콜 대상은 2025년 1월 출시 이후 2026년 3월까지 나온 전동시트와 2·3열이 있는 팰리세이드 리미티드와 캘리그라피 트림 약 6만 8500대다. 이 가운데 미국이 6만 515대, 캐나다가 7967대다. 국내에서는 5만 7474대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시트는 미국 앨라배마의 시트 제조업체 리어사 제품으로, 국내에도 리어코리아 법인이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현재 리콜 수리 방안을 개발 중이며, 수리가 완료되면 차주에게 무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수리 완료 전까지는 희망 고객에게 렌터카를 제공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국토부 측도 조만간 현대차와 국내 대상 차량에 대한 리콜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임시 조치로 전동시트 접촉 감지 기능을 개선하는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준비하고 있다.
해당 업데이트는 이달 말 제공될 예정이며, 시스템의 접촉 감지 성능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다만, 이는 최종 리콜 수리를 대체하는 조치는 아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