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천재시인' 김민부를 아십니까

입력 : 2011-10-25 10:02:00 수정 : 2011-10-25 15: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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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004년 부산시인협회 사무국장을 맡았던 시절이었죠. 협회에서 내던 잡지 '부산시인'에 글을 한 편 실었어요. 김민부(1941~1972·사진) 시인을 추모하는 자리가 부산 문단 어디에도 없어 쓸쓸하다고 말이죠."

김민부 문학제 추진위원회 강달수 위원장이 '제1회 김민부 문학제'를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강달수 위원장은 1997년 '심상'으로 등단한 부산의 중견 시인이자 부산 사하구의회 구의원(도시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도 등단 전에는 김민부 시인의 존재를 몰랐다. 김민부 시인을 알게 된 것은 등단하고 몇 년이 지나서였다.

가곡 '기다리는 마음' 작사가
부산MBC서 '자갈치 아지매' 제작
27일 '제1회 김민부 문학제'


김민부는 '천재 시인'이었다. 부산고 1학년 때인 195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석류'로 입선하고, 고3 때인 195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균열'이 당선됐다. 고2 때는 첫 시집 '항아리'를 낼 정도였다. 서라벌 예대·동국대 국문과를 나온 김민부는 1962년 부산MBC 제1기 PD로 입사했다. 그가 만든 사회비평 라디오 프로그램 '자갈치 아지매'는 현재까지 47년째 명맥을 잇고 있다.

강 위원장은 "김민부란 이름을 기억해야 할 이유가 또 있다"고 했다. 가곡 '기다리는 마음'의 노랫말을 만든 이가 김민부라는 사실.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1965년 상경해 서울에서 방송작가를 하던 시절, 김민부는 작곡가 장일남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가곡의 가사로 쓰였던 시 한 편은 한국인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부산 서구 암남동 암남공원 인근에 김민부의 시비가 서 있다.

강 위원장은 "유명 가곡의 작사자가 김민부 시인이란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가곡 '기다리는 마음'을 부르다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김민부는 집안의 화재사고로 서른한 살에 요절했다. 드라마 대본을 많이 썼기 때문에 그의 방에는 항상 버려진 원고지들이 쌓여 있었다고 한다.

김민부는 두 번째 시집 '나부와 새'(1968) 후기에 이런 글을 썼다. '누구나 다 아는 일이지만 요즈음 세상에 시를 쓴다는 노릇은 유사종교의 광신도 노릇 하는 것만큼이나 지난한 일이다. 그러나 가을이 올 때마다 나는 내 목숨을 줄이더라도 몇 편의 시를 쓰고픈 충동에 몸을 떨었다.' 강박에 가까운 시 창작의 의식. 마치 죽음을 예감한 듯한 느낌이 든다.

"김민부 시인은 문학의 틀에만 갇히지 않았어요. 방송 시나리오와 오페라 대본 집필도 하는 등 재능이 많은 분이셨습니다. 그를 추모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하죠. 올해 김민부 문학제의 초점은 그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데 있습니다."

부산 시인들도 힘을 보탰다. 김규태, 김석규, 이상개, 임수생, 박응석 시인과 김민부 시인의 부산고 친구인 황규정 변호사가 추진위원회 고문을 맡았다. 다른 시인들은 자문, 기획, 실무 위원을 맡으며 행사를 진행한다. 제1회 김민부 문학제는 오는 27일 오후 7시 부산일보 10층 소강당에서 열린다. 김민부의 문학 세계 조명, 시낭송, 가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051-256-2949.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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