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의 매력은 원초적이다. 제아무리 날고뛰는 디지털 시대라지만, 바닥에 대고 힘껏 밀면 '징~'하는 소리를 내며 미끄러지는 장난감 소방차에 환호하지 않을 아이들이 있을까. ㈜대성토이즈는 40년 가까이 이 플라스틱 자동차 장난감을 만들어 온 부산의 완구 기업이다.
대성토이즈는 이석재(77) 대표이사가 1974년 남부민동에서 장난감 보따리상으로 시작했다. 제조에 뛰어든 건 1980년, 당시 부산은 완구제조업체 20여 개가 경쟁하던 완구의 메카였다. 국내 플라스틱 자동차 완구 시장에서 대성토이즈는 예나 지금이나 독보적이다. 품질을 인정받다 보니 수출도 빨랐고, 수출 기준과 해외 시장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품질은 더 탄탄해졌다.
자동차 완구 세계 일류상품 선정
세계 특허 보유, 美 월마트 등 진출
수출 60%로 글로벌 브랜드명 추진
"무독성 재료나 잘 부서지지 않는 내구성에 남들보다 일찍, 더 많이 신경을 쓴 편이지요. 비용이 높아지더라도 튼튼한 재료를 아낌없이 썼고, 소비자 손에 들어갈 때까지 포장 상자끈 하나조차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대성토이즈 이시형(41) 기획실장의 설명이다. 이런 노력은 2009년 지식경제부 선정 세계일류상품 기업으로 인정을 받았다.
90년대 중국산 저가 장난감의 습격을 버틸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안전성과 품질 덕분이었다. 프릭션 완구(실제 자동차와 비슷하게 구동축의 관성력이 바퀴로 전달돼 움직이는 기능의 완구)에서 품질의 핵심은 부드럽게 돌아가는 바퀴(기어)에 있는데, 기어를 연구하다 보니 대성토이즈의 또 하나의 주력 제품 '빙빙블록'이 나왔다. 자동차 완구라는 한 우물을 파다 새로운 수맥을 만난 격이다.
'빙빙블록'은 쌓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작동까지 할 수 있는 '움직이는 블록'이다.
작동 원리는 톱니가 맞물려 돌아가는 기어의 회전 원리로, 대성토이즈가 국내 실용신안과 미국, 유럽, 중국의 해외 특허를 가지고 있다. 블록을 직접 움직여 보면서 쌓는 과정의 창의성에다 기어의 기하학적인 구조와 운동의 수학적 원리까지 자연스럽게 깨칠 수 있다.
90년대 초반에 처음 내놓은 '빙빙블록'은 '레고'식 블록 완구의 역사가 깊은 미국에서 반응이 더 빨랐다. 미국의 대형 완구·교구 업체인 러닝리소스 사와 손잡고 대성토이즈가 OEM(주문자위탁생산) 생산한 제품이 "차별화된 블록"이라는 호평과 함께 완구 도매상을 시작으로 월마트, K마트 등 미국 전역의 대형 마트에 깔렸다. 영국, 독일, 캐나다 등에도 이어서 수출됐다.
미국 교육용 완구상 최우수상, 영국 BBC 완구상 등 각종 학부모단체와 완구협회가 아동학 박사의 감수를 통해 선정하는 완구상을 수차례 받은 것도 입소문 효과가 컸다. 소매점에 이어 미국 홈쇼핑 업계 1위 QVC와 글로벌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 입점에도 성공했다. 이시형 실장은 "특히 미국에서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의 경우 QVC 10분 방송으로 1만 2천여 개가 팔렸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금 대성토이즈는 사하구 신평동 공장에서 직원 57명이 모든 제품을 만든다. 십수 년 일한 베테랑 직원과 장애인 직원이 많은데, 부품을 조립할 때 장애인의 집중도는 놀랄 만큼 높다. 지난해 매출은 약 68억 원. 이 중 60%가 수출로 300만 불 수출탑도 받았다. 러닝리소스 사를 통한 북미, 유럽 수출을 포함해 2010년에는 중국 수출을 시작했고, 올해 하반기에는 일본 대량 수출도 앞두고 있다.
올해는 '빙빙블록'을 국내 시장에 더 널리 알리는 데 노력을 기울일 작정이다. TV 광고와 유명 캐릭터 상품도 추진 중이다. "우리가 세계 특허를 갖고 있는 독자적인 상품인 데다, 조립과 작동의 원리를 더하면 난이도별, 테마별로 무한한 확장이 가능합니다." 이르면 내년에는 글로벌 통합 브랜드 '제니펀'으로 기업명까지 바꾸려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대기업과 글로벌 자본의 습격은 장난감 시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성토이즈는 중요한 건 "아이들의 눈높이"라고 믿는다. "디지털 시대에도 수동 자동차 완구를 고수한 건 2~4세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충분히 즐겁기 때문입니다." 이시형 실장은 "아이들 눈높이를 전통적인 가치로 지키면서 혁신을 더한다면 대성토이즈가 일류 장난감 브랜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