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강을 연어의 모천으로] 3부 이제는 실천이다 - ⑤ 생태산단으로 강을 살려라

입력 : 2012-09-03 10:08:44 수정 : 2012-09-07 09: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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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 공장지대·강변·산 잇는 생태축 만들어야

금사공업지역과 석대첨단산업단지를 생태산단으로 만들어야 수영강 생태하천이 비로소 완성된다. 도로 투습 포장과 녹지 조성 등 수영강 하류 지역의 생태산단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공사가 진행 중인 석대첨단산업단지. 김병집 기자 bjk@

환경치수 종합계획과 수영강 통합행정, 거버넌스 업그레이드, 수질 개선 과제까지. 수영강을 연어가 돌아올 만한 강으로 되살리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여기 무심코 넘길 수 없는 중요한 숙제가 하나 더 있다. 수영강 하류를 둘러싼 공장지대다.

상수원 보호 구역인 상류와 회동댐을 벗어난 수영강은 곧장 금사공업지역에 둘러싸인다. 시는 설상가상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수영강변에서 한창 땅을 파헤치고 있다. 대규모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수영강은 하류 시작 지점부터 '비점오염원 지대'로 포위된다.

'도시 안인데 어쩔 수 없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수영강과 온천천은 영원히 악취 나는 강으로 살아갈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 독일 등 선진국들은 어떻게든 도시하천을 자연에 가까운 강으로 복원시키고, 유역을 친환경적으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수영강 프로젝트 액션 플랜의 하나로 민·관 협치를 통한 '수영강 생태산업단지'를 제안한다.

자연 배려 안 한 산단 계획
'콘크리트 덩어리' 전락 우려

"금사공단을 생태산단으로"
민·관 협치기구 머리 맞대야

# 현장 1


도시고속도로를 따라 부산 금정구 회동동과 해운대구 석대동 일원을 지나다 보면 드넓은 땅에 붉은 흙이 가득 파헤쳐지고 있는 공사 현장 두곳을 볼 수 있다. 22만7천㎡(약 6만 9천평) 규모의 회동·석대 첨단산업단지다.

부산도시공사와 대우건설 산업은행이 공영개발 방식으로 참여한 ㈜부산첨단산업단지개발은 내년 6월 사업 완료를 목표로 공사를 절반 정도 진행했고, 분양이 90% 가량 이뤄졌다. 유치 업종은 정보통신(IT)을 비롯한 도시첨단산업단지 입주가 가능한 제조업이다.

그런데 아무리 도면을 눈을 씻고 봐도 강과 자연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다. 바둑판 같은 센텀시티처럼 도로와 공장 터, 높은 건물만 가득한 삭막한 회색 지대가 될 게 뻔하다.



# 현장 2

지난 7월 말 부산시 창조도시본부는 금정구청에서 의미 있는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금사공업지역을 대상으로 한 '금사 그린매트릭스 프로젝트'다.

수영강변에 자리 잡은 94만㎡에 달하는 금사공업지역의 관문 경관과 공원 정비, 금사역 일원의 지구단위 계획 수립, 도시고속도로 고가도로 하부 공간 개선 등을 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시는 우선 내년부터 시 예산을 들여 도시고속도로 하부 공간을 되살리는 4개 선도사업에 우선 착수키로 했다.

그린매트릭스 계획은 금사공업지역을 재생하는 데 의미있는 한걸음을 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식경제부의 산업환경디자인개발사업 용역 자체가 디자인 개선에 국한돼 종합적인 재생계획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 생태산업단지로 강을 살려라

"도시첨단산업단지이고 면적이 크지 않아서 환경적인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생태통로나 투수포장 같은 것들도 별도로 없습니다. 산업단지 위쪽으로 강과 산이 접하고 있어서 문제가 없습니다." 부산시 산업입지과 관계자는 석대·회동 첨단산업단지의 친환경성에 대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현재로선 공장 용지와 도로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환경단체는 정반대의 얘기를 한다. 석대첨단산단에다 시가 수영강 하류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산책로 등을 만들면 결국 생태계는 단절되고 만다는 것이다. '생명그물' 이준경 정책실장은 "석대 첨단산업단지는 백두대간의 낙동정맥인 금정산과 장산의 줄기가 유일하게 수영강과 맞닿는 곳을 단절하면서 강변에 길게 들어서게 된다"며 "산업단지와 강변을 잇는 녹지축이라도 조성해 생태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수영강 유역에는 물과 산이 연결되는 블루그린네트워크 개념을 반영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현재 상태로는 수영강변에 '미니 센텀시티' 같은 콘크리트 산업단지 두 곳이 덩그러니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16년 들어설 석대 수목원과 수영강을 잇는 생태축 계획과 이를 활용한 수영강 수질 개선 계획 등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협치를 통한 '지역 관리'를 도입하라

금사공업지역을 제대로 조사해 수영강 유역을 생태산업단지로 바꾸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건 어떨까. 수영강 민·관 협치 기구가 함께 머리를 맞대면 시민 참여의 길도 충분히 열 수 있다. 특히 종합 도시관리 기능을 가지는 '지역 관리(Area Management) 시스템'을 수영강 유역에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강동진 교수는 "현재 시의 그린매트릭스 계획은 디자인 개선에 국한돼 한계가 있다. 수영강은 주변 인프라가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결코 제대로 살아날 수 없다. 금사공업지역이 생태산단으로 가려면 시와 협치기구가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우기 위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김형찬 도시경관담당관은 "금사공업지역에서 담장을 허물어 녹지축을 만들고 동물이 오가게 하는 비오톱을 확보하면서 생태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게 결국 가야 할 길이다. 주민 합의 등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꾸준히 노력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은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심층기획팀=이재희·박세익·이자영 기자

dee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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