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 아사삭. 과일이나 채소 씹는 게 아니다. 고기를 씹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소리가 입안에서 들리는 것이다. 어째서 이게 가능한가, 희한한 일이다. 고기는 다름 아닌 양이다. 양은 소의 위(胃) 부분이다. 아주 질이 좋은 양이라야 씹을 때 그런 소리가 난다고 한다. 부산 해운대에 있는 양·대창 구이 전문점 '연타발'에서 경험한 일이다. 제법 쌀쌀해진 날, 뜨끈한 불판이,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가, 또 거기에 걸칠 소주 한 잔이 간절해 찾았던 터였다.
양? 대창? 곱창? 막창?
제1위 두껍고 좁은 부분이 특양
대창은 소의 큰 창자, 곱이 많아
양은 정확히 어느 부위인가. 이리저리 떠도는 정보가 왔다 갔다 해서 어리둥절해하다 믿을 만한 곳, 그러니까 축산물품질평가원 홈페이지를 찾았다.
소에는 네 개의 위가 있단다. 제1위 반추위. 위의 약 80%를 차지한다. 제2위 벌집위. 벌집 모양을 하고 있다. 제3위 겹주름위. 나뭇잎 모양으로 회색 주름이 있다. 제4위 진위. 여기서 진짜 소화액이 분비된다. 각각에 부르는 또다른 이름이 있다. 제4위는 막창이다. 돼지와는 다르다. 돼지 막창은 큰창자 부위다. 제3위는 처녑이라 부른다. 제2위는 특별히 불리는 이름이 없다. 제1위, 이게 바로 양이다. 여기까지가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설명이다.
그런데 소고기를 취급하는 사람들 사이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깐양, 특양이 그렇다. 깐양은 제1위와 제2위를 한꺼번에 부르는 이름이다. 지방질이 거의 없다. 그래서 맛이 담백하다. 단백질이 많아 옛날부터 허약한 사람이나 회복기의 환자에게 많이 먹였다.
그런데 이 깐양 중에 특양이 있다. 양깃머리다. 제1위의 두껍고 좁은 부분이다. 소 한 마리 잡아서 겨우 두어 줌 나오는 부위다. 귀해서 비싸다. 깐양 중 다른 부위는 주로 국이나 전골에 쓰이고, 구이용으로는 대부분 양깃머리를 쓴다.
대창은 말 그대로 소의 큰창자다. 부드럽고 곱이 많다. 곱은 일종의 동물성 기름이다. 대창에는 소의 곱이 두툼하게 끼어 있다. 건강에 좋으니 안 좋으니 논란이 있으나, 그 고소한 맛에 대창을 찾는 이는 여전히 많다.
곱창은 소의 작은 창자를 말한다. 대창과는 달리 섬유질이 많아 질기다. 역시 곱이 있어 곱창이라 했다는 설도 있지만 꼬불꼬불 곱은 창자라 해서 곱창이라는 설도 있다.
품격 있는 양·대창 구이
탄화물 묻지 않는 황동 석쇠에
고기의 맛 살려주는 참숯 사용
'연타발'의 이창목 조리장은 양과 대창을 구울 때 가장 중요한 게 고기의 질과 불이라 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론. 문제는 실천이다. 이 집 양과 대창엔 냄새가 없다. 양과 대창은 소의 소화기관이라 잘못 다루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 잘 씻고 들어가는 양념을 좋은 걸로 제대로 써야 한다.
나오는 모양새가 깔끔하다. 양은 뉴질랜드산, 대창은 한우의 것을 쓴다. 양은 어쩔 수 없이 냉동한 것이나 대창은 얼리지 않은 생물을 고집한다. 얼린 대창은 쫄깃하지 않고 퍼석하다. 고소한 맛도 떨어진다.
이 조리장은 "양·대창 구이도 충분히 품격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연타발'의 콘셉트라 했다. 연기 자욱한 가운데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아니라 고급 한정식의 느낌을 갖도록 했다는 이야기다.
먼저 화로의 숯불. 발갛게 불이 오른 게 깨끗하다. 참숯이다. 무릇 고기는 참숯에 구워야 참맛이 난다. 가스불을 사용할 경우 수소 함량이 많은 가스가 탈 때 미량의 수분이 생긴다. 그 위에서 구워지는 고기도 수분의 영양을 받는다. 바삭함이 떨어지는 것이다. 수소가 적고 일산화탄소가 대부분인 참숯불은 수분을 내지 않는다. 도시가스의 경우 가스 누출을 포착하기 위해 양파 냄새 비슷한 냄새를 첨가하는데, 미세하지만 고기에 영향을 미친다. 참숯불에는 그런 위험이 없다. 참숯의 일산화탄소는 고기의 산화도 막는다.
참숯에는 적외선 효과도 있다. 센 가스불로는 겉만 타지만 숯불에서는 속까지 익는 이유다. 양과 대창은 센 불에 빨리 구워야 하는데 숯불이라야 가능한 것이다. 양과 대창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익히는 건 맛을 버리는 짓이다. 기술적으로 익히고 단번에 뒤집어야 한다. 그래서 이 집에선 손님들이 직접 굽지 못하게 하고 반드시 도우미가 굽도록 한다.
다음은 불판, 정확히는 석쇠가 황동이다. 이 집, 석쇠가 시커멓게 돼도 갈아주지 않는다. "고기 굽는 데 온도가 중요한데 새로 석쇠를 갈면 온도가 낮아져 고기 맛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란다. 고기를 굽다 보면 석쇠에 시커먼 재 비슷한 탄화물이 침착되는데, 희한하게 이 석쇠에선 그 탄화물이 고기에 묻지 않는다. 석쇠를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양념게장. '연타발'에서 직접 담그는, 밑반찬용 요리다. |
채소 샐러드. 산야초 효소로 만들어 심심하면서도 달다. |
`달맞이 게`. 계란 노른자로 달을 표현한 게 튀김 요리다. |
'달집 태우기'. 밤을 송이 채로 불을 붙여 굽는 밤 요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