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곱창 한번 구워 먹자는데 꼭 품격을 따져야 하나? 그리 묻는 사람이라면 자갈치의 '양곱창 골목'을 찾아볼 일이다.
부산 중구 남포동6가 일원. 자갈치시장 농협 건물 바로 뒤편과 측면에 양곱창집들이 몰려 있다. 현재 46곳이 영업 중이란다.
1960년대에 서너 곳 있었는데, '골목' 형태로 본격 형성된 것은 20여 년 전부터다. 자갈치 주변엔 인근 선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술집이 많았는데 어찌된 셈인지 1990년대 들어 상당수 문을 닫았고, 그 빈 가게에 양곱창집들이 들어선 것이다. 현재 가장 오래된 집은 '백화양곱창'이다. 50년 이상 됐단다.
양 대창 곱창 막창 등 섞어 차려내
대부분 연탄불에 굽고 시끌벅적
품격보다는 흥겨운 분위기에 찾아
업력은 다 달라도 나오는 방식은 집마다 비슷하다. 양곱창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양, 대창, 곱창, 막창, 염통 등을 섞어 한 접시를 낸다. 가격은 한 접시(320g)에 2만 5천 원 안팎. 대부분 연탄불에 굽는다.
시끌벅적하다. 환풍기가 쉴 새 없이 돌고 있지만, 자욱한 연기는 빠질 줄을 모른다. 소주가 어울리는 시장통 분위기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자리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 정도다. 그래서 흥이 더 쉽게 오른다.
양곱창을 꺼리는 사람에게 신동아시장 맞은편에 있는 '일광양곱창'의 주인 할매는 꼭 한마디 하고 싶다 했다. "물론 몸에 좋은 걸 먹어야지. 그래도 이런 양곱창 1년에 몇 번을 드시겠어. 얼마나 고소한데. 행복할 정도라. 건강 생각한다고 이 맛을 모르고 사는 것은 큰 불행이지."
글·사진=임광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