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 인터넷을 통해 하루에도 몇번씩 끔찍한 성범죄가 연일 보도돼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습니다.뉴스 보기가 두렵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0% 정도가 물리적 거세의 도입을 요구할 정도입니다.
(사진=영화 ’돈 크라이 마미’ 포스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전 서울고법은 20대 여성을 납치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희대의 살인범’ 오원춘에게 무기징역 감형을 선고해 국민들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흉악한 성범죄자에 대한 심판의 강도가 너무 가볍다보니 범죄의지를 잠재우지 못하고 출소후 또다른 성범죄를 저지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사진=오원춘범행현장CCTV 영상 갈무리)
최근 성범죄는 왜 늘어날까요? 처벌 강도에 대한 법원과 국민의 편차는 왜 생길까요? 또 성범죄는 왜 일어날까요? 어떻게 해야 성범죄를 차단할 수 있을까요? 과학은 이에 대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 등등 수많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어납니다.
성범죄에 대해 과학적인 분석과 연구는 성범죄 예방에 대한 합리적인 접근과 제도 마련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하며 관련 연구를 찾아봤습니다.
"성폭행 임신 안된다", "되면 신의뜻"
지난 8월 미국 공화당 소속의 유력의원인 토드 아킨(미주리) 연방 하원의원은 지역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진짜 강간(legitimate rape)이라면 임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망언을 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사진=토드 아킨 페이스북 갈무리)
당시 CNN방송,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토드 아킨(미주리) 연방 하원의원은 "의사들로부터 들었다면서 ’진짜 강간을 당한 여성은 체내에서 (임신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닫으려고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바 대통령과 여성단체 등은 일제히 비난 및 비판 대열 합류하자 결국 그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아주 심각한 실수였다. 내 표현으로 상처를 입은 이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3일에는 미국 인디애나 주 미국 공화당 리처드 머독 후보가 후보자 토론회에서 성폭행 피해자의 임신도 "신이 의도한 것"이라는 발언을 해 여성의 입장을 무시한 난폭한 발언이라며 미 여성계에서 발끈하고 있습니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 왜 이럴까요?
성폭행 임신 가능성 2배
토드 아킨 하원의원의 주장이 사실일까요? 과학자들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합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산부인과 의사인 멜리사 홈스에 의해 주도된 미국 범죄피해자센터(National Crime Victims Center)의 ’강간임신’에 관한 연구(1996년 출간)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매년 3만2천101명이 강제적인 성관계에 의해 임신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체 강간 피해자의 5%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사진=응급피임약. 부산일보DB)
또 지난해 11월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성폭행당한 가임기성인여성 8만3천명이 임신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앞서 2003년 당시 세인트로렌스대학교의 부부과학자 조나단과 티파니 코트셀이 8천여명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강간피해자의 6.4%가 임신하며, 만약 피임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8%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조나단 코트셀은 "이 숫자는 자발적으로 신고한 데이터에 기초를 두고 있다"라며 신고하지 않은 숫자를 따지면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은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반면 합의 하에 가진 성행위로 인한 임신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2001년 프린스턴대와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Environmental Health Sciences) 팀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합의하에 가진 성행위로 인한 임신 가능성은 3.1%라고 합니다. 강간임신 확률이 6.4% 정도임을 감안하면 강간이 합의 하의 성관계보다 임신가능성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토트 아킨 연방 하원의원이 의회과학우주기술 위원회 멤버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토트 아킨 의원처럼 우리나라 정치지도자 가운데 성 관련 남성위주의 사고방식을 피력하다 망신을 당한 일들이 생각납니다.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남성 위주 사고방식이 성범죄 근절의 걸림돌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정치지도자에게도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성범죄, 얼마나 발생할까?
인터넷에서 검색한 결과 법무연수원이 발간한 2011 범죄백서에 따르면 국내 강간 등 성폭력범죄는 2010년 1만9천939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01년 1만446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우리나라 성범죄는 다른 나라 특히 미국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기 위해 위에서 언급한 자료를 이용해 계산해보았습니다.
(사진=영화 ’도가니’ 스틸)
앞서 2003년 당시 세인트로렌스대학교의 부부과학자 조나단과 티파니 코트셀이 8천여명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강간피해자의 6.4%가 임신하며, 만약 피임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8%까지 증가한다고 했습니다. 이를 역산하면 2010년 미국 강간범죄건수를 대략적으로 알수 있습니다.
2010년 미국 강간임신여성이 8만3천명이며, 임신율이 6.4%이므로 이를 비례식으로 계산해보면 129만6천여명이란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옵니다. 특히 이 수치가 가임기여성 피해자의 숫자(아동성범죄 제외)임을 감안하면 충격적입니다.
미국 성범죄(강간)수치는 우리나라 성범죄(1만9천939명)보다 거의 수십배나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성범죄에 안전한 나라인가요? 그럼 연일 보도되는 성범죄는 뭔가요? 저는 여기서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성범죄가 적게 발생한다"라는 결론보다는 혹시 우리나라 통계가 부실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영화 ’도가니’ 포스터)
미국 인구 3억 vs 우리나라 인구 5천만을 고려하더라도 너무나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성범죄 피해여성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신고를 기피합니다. 일반적으로 발생 범죄의 10분의 1이라고 말도 있습니다.
문제해결은 실태파악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관계 당국은 성범죄와 성범죄 임신 등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이를 데이터로 축적해 제도마련의 근거로 삼아야할 것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