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태국에서 태국 사람들과 더불어 살았던 한국인 지인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주제로 이야기 하다가, 문득 그 지인이 "태국 사람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참으로 공감되는 말이었다.
'미소의 나라 태국'이란 호칭처럼, 태국에서는 어디서나 미소와 웃음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모르는 사람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도 한국처럼 어색함과 침묵이 흐르는 것이 아닌, 잔잔한 미소와 눈 웃음의 여유가 있는 곳이 태국이다.
그러나 태국 사람들의 미소와 웃음 속에는 다양한 비언어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한번은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 중에 차량 충돌사고 현장을 목격 한 적이 있었다. 충돌로 인해 상대방 차량 범퍼가 찌그러졌다. 이때 사고 수습을 위해 두 차량의 운전자가 내렸는데, 가해자 운전자가 웃으면서 내리고 있었다. 차를 세워 놓고 사고 수습을 위해 대화하는 모습이 마치 친구 사이 같이 보였다.
2011년에 태국 전역에 심각한 홍수가 났다. 정부는 이런 대참사에 태국사람들끼리 서로 도와야 한다는 공익방송을 TV를 통해 전국에 방송하였다. 내용은 물바다로 된 마을 속에서 고양이와 개와 노약자들이 웃으면서 쪽배를 타고 있거나 지붕에 웃으면서 앉아 있고, 성인 남자들이 웃으면서 물살을 헤치고 도움을 주는 내용이었다.
얼마 전 태국이 아시안컵 여자배구에서 우승했다. 대단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놀란 것은 카자흐스탄과의 접전이었던 1세트를 어이없는 실책으로 내어준 태국 선수가 국민들이 보는 방송 앞에서 웃는 것이었다. 애통한 표정도 아니고 아쉬운 표정도 아닌 웃음이 있었다.
이렇듯 한국인이 생각하는 미소와 웃음과 태국사람이 생각하는 미소와 웃음은 의미와 개념이 다른 것 같다. 그들은 반가 울 때도, 재미 있는 일이나 사건 속에서도, 실수나 잘못에 직면했을 때도, 황당한 일을 당하였을 때도 미소와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러기에 미소의 나라 태국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 내포된 미소와 웃음의 진정한 의미는 한국 사람으로서는 알다가도 모를 때가 종종 있는 것이다.
방콕(태국)=김창희thaichangk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