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전동 스쿠터 배터리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로 주민 2명이 숨진 가운데, 부산에서도 리튬 배터리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20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55분께 사상구 모라동의 한 아파트 9층에서 불이 났다. 연기를 목격한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불이 난 지 약 20분 만인 이날 낮 12시 15분께 불을 모두 껐다. 이 불로 주민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화재는 15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마포구 아파트 화재와 마찬가지로 리튬 배터리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소방 당국은 불이 난 세대 주민이 “보조 배터리에서 불이 나는 것을 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동 휠체어에 사용되는 리튬 배터리가 부풀며 불이 났다는 것이다. 실제 화재 현장에서는 보조배터리 내부에 있었던 소형 리튬 배터리 약 80개가 불에 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20대 아들과 60대 어머니가 숨졌다. 주민 13명이 화상과 연기 흡입 등으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불이 난 세대 방에서는 전동 스쿠터에 쓰이는 리튬 배터리팩이 발견됐다.
이러한 유형의 화재는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는 개인형 이동장치(PM) 대중화로 증가하는 추세다. 소방청이 지난 15일 낸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리튬 배터리 화재는 모두 678건이었다. 2020년 98건에서 2024년 117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리튬 배터리가 열과 습도, 충격에 취약해 어느 순간 내부 발열 등으로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일단 불이 붙으면 폭발적으로 번지는 ‘열 폭주’ 현상 탓에 1000도 이상의 고온 화염과 유독 가스를 동반해 피해가 커지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비인증 리튬 배터리, 과충전 방치, 환기가 안 좋은 방에서 충전하는 등의 이유로 리튬 배터리 화재가 발생한다”며 “대용량 리튬 배터리는 화재가 확산하지 않는 격리된 곳에 보관해 대피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