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399> 여수 영취산

입력 : 2013-04-04 07:46:06 수정 : 2013-04-04 14: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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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에 물들고 향기에 취하고… '연분홍 꽃물결' 봄을 속삭이네

진달래 군락으로 이름 난 여수 영취산이 연분홍 저고리로 곱게 단장하고 그리운 임을 기다리고 있다. 가마봉에서 진례봉 가는 억새 능선 위로 고운 물감을 뿌려 놓은 듯 흘러내리는 진달래 물결.

바야흐로 만화방창(萬化方暢)의 계절, 봄이다. 온 나라의 산과 들녘에 울긋불긋 꽃물결이 흐르고 있다. 개나리와 산수유, 목련과 벚꽃, 동백꽃이 앞다퉈 피고 지지만 봄 산을 대표하는 꽃은 뭐니 뭐니 해도 그리운 누이 같은 꽃, 진달래만 한 것이 없다. 우리나라의 진달래 명산으로는 창녕 화왕산, 창원 무학산, 대구 비슬산, 거제 대금산 등이 거론되지만, 그중에서도 여수의 주산인 영취산(靈鷲山·510m)이 첫손에 꼽힌다. 30~40년생 진달래 수십만 그루가 15만 평의 군락을 이룬 채 산 중턱에서 정상까지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화려한 장관은 산객들을 봄의 마력에 흠뻑 취하게 한다. 남해 바다를 넘어온 봄소식이 가장 빨리 전해지는 산인데다, 정상인 진례봉이 해발 510m에 불과한 야트막한 산이어서 산자락에서 피어오른 봄기운이 이내 정상까지 타고 흐른다.

영취산이 연두색 치마에 연분홍 저고리로 곱게 단장하고, 수줍게 붉힌 얼굴로 임을 기다리고 있다. '산&산' 팀이 영취산을 찾은 지난달 29일에는 여수 국가산업단지가 내려다보이는 북릉 군락지를 중심으로 8푼 능선까지 연분홍 물결이 흐르고 있었다. 전체 산의 3분의 1 정도가 봄단장을 마쳤고, 이번 주말이 지나면 온 산이 진분홍으로 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첫손 꼽히는 진달래 군락지
산자락 따라 화려하게 개화
"화원이라기보다 차라리 꽃숲"
이달 12~14일 진달래축제 예정

산업단지 너머 쪽빛 바다와 다리
시원하게 펼쳐진 다도해 섬 조망

최근 몇 년 사이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봄꽃 개화시기도 들쭉날쭉하고 있다. 올해 여수지역의 진달래 개화는 평년보다는 6일 늦고, 지난해보다는 6일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1회째를 맞는 올해 '영취산진달래축제'는 이달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이번 산행은 부산에서의 접근성을 고려해 흥국사를 기·종점으로 하는 원점회귀 코스로 꾸몄다. 봉우재를 중심으로 가마봉과 진례봉 군락지와 시루봉 군락지를 나비 모양을 그리며 둘러보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등로는 흥국사를 출발해 봉우재~골명재~가마봉~영취산(진례봉)~봉우재~시루봉~영취봉을 지난 뒤 다시 흥국사로 돌아온다.

총 산행거리 10.8㎞에 유유자적하게 꽃놀이를 즐기려면 6시간쯤 걸린다. 산행 시간에 여유가 없거나, 클라이맥스만 집중적으로 맛보고 싶다면 영취산을 내려온 뒤 봉우재에서 곧바로 흥국사로 돌아오면 1시간 20분가량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산행은 영취산 기슭에 자리 잡은 화엄사의 말사인 흥국사에서 출발한다. 천왕문을 지나 중수사적비를 오른쪽에 끼고 돈 뒤 영취산 정상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는 포장 임도를 타고 걸어간다. 2분 뒤 첫 번째 갈림길에 이르면 임도를 버리고 조릿대가 무성한 오른쪽 산길로 접어든다. 오솔길을 10분쯤 걸으면 북암골 입구다. 왼쪽 샛길은 진례봉으로 곧바로 치고 오르는 능선길이다. 원동천 계곡을 오른쪽에 끼고 봉우재 방면으로 그대로 직진한다.

숯가마터와 구조목을 지나면 편안한 산길이 끝나고 길이 가파르게 일어선다. 비알이 끝나는 곳에 임도와 합류하는 널찍한 고개가 이번 산행의 베이스캠프 격인 봉우재다. 25분 소요.

다시 콘크리트 포장 임도를 따라 골명재 방면으로 직진한다. 산자락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진달래, 산수유, 쭉쭉 뻗은 편백이 굽이치는 길과 함께 이어져 트레킹하는 맛이 있다.

45분쯤 걸으면 왼편으로 가마봉으로 곧바로 치고 오르는 샛길이 나타난다. 하지만 풍경 속에 파묻히면 제대로 된 풍경을 맛볼 수 없는 법. 능선 따라 물결치는 진달래 물결을 유감없이 감상하려면 12분쯤 더 걸어 골명재에서 능선을 타는 게 낫다.

골명재에 닿으면 묘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영취산 정상(진례봉) 방면으로 올라간다. 금빛 억새밭을 지나 꽃등길 이정표에 이르면 본격적인 꽃놀이가 시작된다. 15분 소요.

고운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연분홍 꽃물결이 주름치마처럼 흘러내린다. 동백이 농염한 미인, 매화가 고고한 선비, 벚꽃이 추상같은 무사라면 진달래는 어딘지 모르게 애잔한 누이의 얼굴을 하고 있다. 여린 진달래 꽃잎 하나를 따다 입에 머금는다. 따사로운 햇살을 머금은 봄 향기가 입 안 가득 맴돈다. 지루하고 혹독했던 무채의 겨울을 견디어낸 당찬 결기도 몸속으로 퍼진다.

어른 키만 한 높이의 진달래 터널에 푹 파묻혔다. 영취산은 화원이라기보다 '꽃숲'이다. 눈도 마음도 분홍빛으로 물들인다. 

영취산 북릉 뒤편으로 여수 국가산업단지와 쪽빛 다도해, 섬을 가로지르는 여수대교와 이순신대교가 한눈에 잡힌다.
뒤편으로는 여수 국가산업단지와 광양제철소 너머로 쪽빛 바다, 그 위를 가로지르는 여수대교와 이순신대교가 펼쳐진다. 아래로는 가느다란 임도가 산허리를 휘감아 돌고 벚꽃이 하얀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다.

진달래 꽃터널은 꽃등길 이정표를 시작해 가마봉(457m), 개구리바위, 헬기장, 정상인 진례봉에 이르기까지 숨이 막히도록 상춘객을 감싼다. 50분 소요.

전망데크가 있는 정상에 서면 북쪽으로 다도해의 크고 작은 아름다운 섬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동북쪽으로는 광양만에 떠 있는 묘도가, 남쪽으로는 여수시의 전경과 오동도가 발아래로 엎드린다. 영취산 바로 밑 바닷가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정유시설이 마뜩잖은 느낌도 준다.

도솔암 방면으로 길을 잡고 내려간다. 도솔암에 이르긴 전 침목 계단이 끝나는 곳의 왼편으로 비박하기 좋은 10평 남짓한 천연 동굴이 있다. 산중 암자에서 목을 축이고, 다시 봉우재로 내려온다. 15분 소요.

이번에는 시루봉 방면으로 직진한다. 정상에서 내리닫이로 달려오던 마루금이 봉우재에 이르러 바닥을 치고 다시 팔팔하게 일어선다. 골명재에서 오르는 북쪽 억새 능선이 부드러운 여성미를 머금고 있다면, 시루봉 방면의 남쪽 암봉은 강인한 남성미를 뽐낸다.

봉우재에서 시루봉(413.1m)을 지나 헬기장(434봉)에 이르는 길은 또 한 번 진달래 군락이 정신을 아찔하게 한다. 20분 소요.

10분쯤 더 걸으면 삼각점을 지나 돌무지 옆에 표지목이 서 있는 곳이 영취봉(433.6m)이다. 영취봉에서 흥국사로 하산하는 길은 주의해야 한다. 일단 영취봉 왼쪽 길로 내려선 뒤 간이 이정표가 붙어 있는 나무 사이를 로터리처럼 돌아 왼편의 흥국사 방면으로 내려간다.

이후로는 다소 지루한 단조로운 산길이 1시간쯤 이어진다. 이정표가 될 만한 것이 별로 없어 촘촘하게 걸어 놓은 리본을 참고한다.

산길이 끝나는 곳이 흥국사 경내 입구다. 잡기만 해도 삼악도(축생 아귀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면할 수 있다는 대웅전 문고리를 만져 본 뒤 바람에 일렁이는 청량한 풍경 소리에 달뜬 기분을 가라앉히는 것으로 산행을 마친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여수 영취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여수 영취산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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