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지' '산업화' '홍어'… 무슨 뜻인지 아세요?"
지난 10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발단은 온라인 커뮤니티 D사이트 이용자 간의 갈등이었다.
그러나 30세 남성이 온라인으로 몇 차례 시비가 붙었다고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동갑내기 여성을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역 갈등과 이를 부추기는 막말, 은어가 사건의 기폭제가 됐다고 주장한다.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은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홍어'(전라도 출신을 비꼬는 단어) '까보전'('까놓고 보면 전라도 출신'의 준말) 등 전라도 출신들을 비하하는 은어.
홍어·과메기 등 '눈살'
온라인이 소통 걸림돌
용의자인 백 씨도 '김 씨가 홍어 등 은어를 쓰며 5·18민주화항쟁을 '폭동'이라 조롱하는 바람에 격분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부관참시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각종 패러디와 은어의 희생자가 된 지 오래다. '운지'('뛰어내리다'란 의미로 투신 자살을 비하하는 단어) 등의 은어로도 모자라 서거일이 '중력절'('중력에 의해 살해됐다'는 의미)이라 불리며 조롱당하고 있다.
문재인 의원은 '문죄인', 안철수 의원은 '간잽이' '간철수' 등으로 불리고 있다. 은닉재산 압수수색에 들어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쿠데타 이미지 때문에 '땅끄'(탱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온라인을 통한 이념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은어 양산은 가속화하고 있다. 특정 지역이나 인사를 폄하하면서 상대 진영과 확실한 거리를 두고, 같은 진영 구성원 간에 결속을 다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소통'의 장이 되어야 할 온라인 공간이 오히려 '불통'을 조장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전략연구소 배운철 대표는 "오프라인에서는 오랜 기간 주변 사람과 접촉하면서 누적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다중적인 성격이 발현되지 않는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일회적인 만남이 반복되고 동일한 성격의 은어나 막말을 거듭 사용하게 되면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 역할에 점점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상국 기자 k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