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령에서 상운산 가는 능선 남쪽 사면에 불쑥 솟아 있는 귀바위. 큼직한 귓불이 부처의 귀를 연상케 하는 귀바위 정상에 서면 '마음속 진리에 귀 기울이면 모두가 부처'라고 설파한 부처의 외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낙동정맥 따라 영남알프스 종주' 2구간은 구름과 안개 속을 뚫고 영남알프스 고산준령들의 심장부를 지난다. 이 구간의 중앙에 버티고 솟아 있는 가지산(加智山·1,240m)은 높이 면에서 전체 봉우리들을 아우르고, 전체 산군들을 동서로, 다시 남북으로 가르는 중심축 역할을 한다.
가지산 능선은 일기가 불순할 때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안개와 구름이 자욱하게 끼어, 운문령 고개를 넘는 상인들이 울산이나 밀양으로 가는 길을 헷갈리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그래서 '구름재'라고 불리었다. 2구간의 기점인 운문령(雲門嶺)이나 중간에 지나는 상운산(上雲山)의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운문령~가지산 등산로는 안개와 구름이 천변만화한다. 영남알프스의 장쾌한 마루금을 보듬고 희롱하듯 춤추는 '운무의 군무'를 운좋게 만난다면 산행 내내 몽환적인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다.
2구간은 운문령에서 시작해 귀바위~상운산~쌀바위~가지산~중봉~813봉~능동산~배내고개로 이어진다. 총 거리 12.7㎞에 순수 이동 4시간 30분, 휴식까지 합하면 넉넉잡고 6시간쯤 걸린다.
울산의 소금·해산물, 청도의 농산물 오가던 구름재
쌀바위 동면은 천길 절벽·뒤편은 흙길, 아름다운 조화
바람 거센 가지산 정상, 다리도 휘청 버티기 어려워
산행 기점은 울산 울주군 상북면의 운문령이다. 운문령은 가지산과 문복산 사이에 있는 울산 언양과 경북 청도군을 잇는 해발 640m의 높은 고개다. 1990년대 도로가 포장되기 전에는 울산의 소금과 해산물, 청도의 농산물이 이 고개를 통해 오갔다.
영남알프스 개관도가 세워져 있는 포장 임도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귀바위 방면으로 뻗어 있는 이 길은 오프로드 차량이 지날 수 있는 비포장도로다. 낙동정맥 종주길은 임도 바로 왼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지만 편안한 임도를 타고 간다. 길이 반시계 방향으로 크게 휘어지는 곳 우측으로 첫 번째 지름길이 나오지만 무시하고 그대로 임도를 따른다.
15분 뒤 이정표가 있는 'X'자형 사거리에 이르면 임도를 버리고 10시 방향으로 난 샛길을 따라 가지산 정상 방면으로 올라간다. 본격적인 오르막 능선 구간이 시작된다.
다시 15분 뒤 임도와 만나면 그대로 가로질러 이정표 뒤 능선으로 치고 오른다. 낙엽을 떨군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듬성듬성 하늘이 비친다. 우측으로 1차 구간 때 지났던 고헌산과 문복지맥의 마루금이 보인다.
1천m 고지로 올라서면 고도차가 누그러지면서 평탄한 길이 지속된다. 능선길을 걷다 보면 좌측 천 길 낭떠러지 위로 큰 바위가 불쑥 솟는다. 소의 귀, 혹은 부처의 귀를 닮았다는 귀바위다. 축 늘어진 큼직한 귓불이 대자대비한 부처의 복덕을 이어받은 듯도 하다. 귀바위 정상에 올라 부처가 영남알프스 중앙에 우뚝 귀를 세우신 뜻이 무엇인지 헤아려본다.
귀바위에서 10여 분가량 능선을 따라가면 상운산(1,117m)이다. 상운산은 높이에 비해 밋밋한 봉우리다. 상운산에서 내려서서 곧장 마주치는 갈림길이 주요 능선의 분기점이다. 북서쪽 능선은 쌍두봉과 배넘이재 넘어 운문사 앞 지룡사까지 연결되는 능선이다. 남서쪽 쌀바위 방면으로 내려간다.
13분 뒤 전망데크가 있는 헬기장을 지나면 임도와 또 한 번 만난다. 데크 바로 우측 소로가 낙동정맥 능선길이지만 이번에도 편하게 임도를 따라 간다.
8분 뒤 임도 우측으로 휴대전화 통화불량지역 경고문이 세워진 곳이 학심이골 내려가는 능선 초입이다. 여기에서 1시간가량 내려가면 학심이골의 비경이 나오고, 다시 20분쯤 더 가면 학소대폭포에 이른다. 답사로는 그대로 직진한다. 학심이골 하산로 입구에서 200m쯤 더 가면 왼쪽에 철조망이 쳐진 곳에 석남사로 하산하는 등산로가 있지만 수도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지금은 폐쇄돼 있다.
10분 뒤 임도가 끝나는 곳에서 또 한 번 거대한 바위가 가로 막는다. 영남알프스의 명물인 쌀바위다. 쌀바위 바로 밑자리에 전설처럼 샘터가 자리 잡고 있다. 바위 틈에서 물이 솟는 석간수다. 돌 틈으로 쌀을 내려주던 부처님이 산꾼들이 갈증으로 허덕이지 않도록 물로 자비를 잇고 있는 셈이다. 쌀바위 동면은 천 길 낭떠러지이지만, 바위 뒤편은 완만한 흙길이다. 바위 뒷덜미 쪽으로 우회로인 데크 계단이 시작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쌀바위 정상에 올라봄 직하다.
15분 뒤 우측으로 청도 귀바위와 운문산이 우뚝하게 보이는 헬기장을 지나면 석남사와 가지산 온천지구가 내려다보이는 조망바위에 이른다. 철쭉 군락 사이로 계단처럼 이어지는 암릉의 등줄기를 올라타고 가지산 정상까지 내쳐 오른다.
가지산은 멀리서 보면 웅장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정상의 암봉 부근만이 봉긋하다. 부·울·경지역에서는 지리산, 가야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영남알프스의 맹주답게 군자처럼 중후하다. 초가을인데도 정상에 서면 바람이 워낙 거세서 다리가 휘청거리고 몸이 날려 버티기가 어렵다.
정상에 서면 말 그대로 일망무제다. 영남알프스 주요 산군들이 바짝 엎드린다. 가릴 것이 없으니 지리산까지 한달음이다. 남동쪽으로는 신불, 간월산 공룡능선이 구름에 휩싸여 아늑하고, 남서쪽으로는 천황산, 재약산이 파도처럼 너울을 이뤘다.
정상에서 헬기장이 내려다보이는 서쪽 능선은 운문지맥이 시작되는 곳으로 아랫재와 운문산 넘어 밀양나들목까지 이어진다. 정상석 정면 중봉 방면으로 하산한다. 피라미드를 쌓은 듯 층층으로 깎인 바위 등허리를 밟고 내려선다.
구룡소 폭포로 내려서는 계곡 갈림길을 무시하고 그대로 직진하면 18분 뒤 중봉(1,160m)에 이른다. 이곳에서 쌀바위와 가지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북쪽 능선을 조망하기 좋은데 특히 겨울 설경이 빼어나다.
중봉에서 가파른 길을 20분쯤 내려오면 밀양과 울산 방면으로 내려갈 수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그대로 직진해 데크계단을 따라 석남터널 방면으로 간다. 상당한 급비탈이지만, 데크계단이 간이매점이 있는 완만한 안부까지 이어진다. 이 구간은 철쭉나무 2만 2천 그루가 모여 있는 국내 최대 철쭉군락지이기도 하다.
12분 뒤 석남고개. 우측은 밀양, 좌측은 석남사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다. 답사로는 직진이다. 고개를 벗어나면 보드라운 흙이 사박사박 밟히는 순탄한 육산으로 변한다. 30분 뒤 삼각점이 있는 813봉을 지난다. 조망도 막히고 별다른 특색이 없는 단조로운 길이다. 다시 길게 이어지는 데크계단을 연이어 오르면 능동산(陵洞山·983m)이다. 큰 언덕이라는 이름 그대로 봉우리가 평평한 산이다. 능동산은 영남알프스 남북의 중앙이자, 동서로는 천황산의 동쪽에 위치해 사람의 심장부에 해당한다.
능동산 정상 서편으로 재약산~천황산~향로봉~백마산으로 이어지는 재약지맥이 뻗어 나간다. 데크 계단이 시작되는 곳까지 되짚어 내려온 뒤 이번에는 반대편(남동쪽) 계단으로 내려간다. 이후 배내고개까지는 일사천리다. 지루한 데크 계단을 따라 30분쯤 내려가면 휴게소와 정자가 있는 배내고개에서 2구간을 마친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 영남알프스 ② 운문령~배내고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영남알프스 ② 운문령~배내고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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