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팬이 없는 프로팀은 존재 이유가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사진은 지난 2006년 9월 부산 사직야구장의 텅 빈 관중석 모습. 부산일보DB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시점에 롯데가 뉴스 메이커로 떠올랐다. 하위권 팀들이 팀을 새롭게 정비하고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는 시점에 롯데는 팀 내 내분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갈등의 주체가 프런트와 선수, 프런트와 코치, 또 같은 프런트 간 파워게임 양상이 되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고 있다.
롯데 내분은 이미 올 시즌 중 불거졌다. 5월 권두조 수석코치의 퇴진 과정에서 선수들과 일부 코칭스태프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8월에는 극심한 성적 부진에 따른 김시진 감독의 사퇴 파문과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프런트와 김시진 감독 간 갈등이 증폭되기도 했다. 팀 내부의 문제가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프로구단의 특성상 팀 내 내분이 수차례 보도를 통해 나왔다는 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시즌 후 내분은 더 복잡한 양상이 됐다.
성적 부진에 잠복된 문제 표출
책임 안 지는 프런트에 더 불만
여론 무마용 '미봉책' 언제까지
김시진 감독의 사퇴 이후 차기 감독 내정설이 도는 모 코치를 향한 선수들의 집단 반발과 프런트에 대한 불만이 그대로 언론에 보도됐고, 특정 프런트 담당자를 겨냥한 선수들의 반발이 성명서 형태로 노출됐다. 사상 초유의 사태라 할 수 있다. 아직 구단과의 관계에 있어 '을'의 위치에 있는 선수들이 구단 프런트를 상대로 집단 반발을 한다는 건 우리 프로야구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태를 통해 그동안 '설'로만 떠돌던 프런트의 잘못된 관행과 구단 운영의 난맥상이 그대로 노출됐다.
롯데 팬들의 분위기는 집단행동에 나선 선수들에 대한 실망감도 있지만, 권한은 있고 책임을 지지 않는 프런트에 비난의 강도를 더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는 구단 운영에 있어 실망스러운 모습을 자주 보였다. 원년부터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홀대와 투자에 인색한 구단이라는 이미지는 롯데 팬들이 자이언츠는 사랑하지만, 그 주체인 롯데에는 반감을 가지게 했다.
최근 구단이 투자를 늘리면서 FA 선수를 영입하고 시설 투자를 하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구단 고위층이 선수 구성과 시즌 운영에 있어 코칭스태프를 넘어선 월권을 행사한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이를 '프런트 야구'라 말할 수도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프런트의 개입은 역효과를 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이런 프런트와 가까운 코칭스태프가 파벌을 형성하며 외부 영입 코칭스태프를 견제한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을 때는 불거지지 않았지만, 김시진 감독 체제 하에서 성적 부진이 겹치면서 이 문제는 표면화됐다. 특히 '프런트 라인'이라고 하는 인사의 코칭스태프 합류와 모 코치의 감독 부임설은 갈등에 불을 더 붙인 꼴이 됐다.
문제는 이런 갈등을 해소할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단 프런트 내부에서도 반목이 심화되어 있고 구단주는 이 문제에 팔짱을 끼고 있다. 선수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미 언론에 팀 내 갈등이 노출된 상황에서 기존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선수들 간 유기적인 호흡을 기대하긴 힘들어졌다.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런 롯데에 팬들 역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롯데는 스토브리그에서 FA 영입 등을 통해 비난 여론을 잠재우는 미봉책으로 일관했지만, 이제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실제 내년 시즌 롯데는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투수진은 노쇠화가 진행 중이고 새 얼굴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야수진도 군 입대 등의 요인으로 이를 메울 대안이 필요하다. 외국인 선수 영입도 발등에 떨어진 과제다. FA 영입도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중요하다. 총체적으로 리빌딩을 해야 할지 전력 보강으로 상위권을 노릴지 등 근본적인 구단 운영 방침도 정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내분 양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설사 해결되더라도 갈등의 불씨를 남겨둔다면 올 시즌과 같은 난맥상이 다시 재현될 수밖에 없다. 모든 갈등이 드러난 이상 롯데 구단은 행동에 나서야 한다. 신생팀이지만 창단 3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내고 지역 라이벌로 자리한 NC의 성공을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롯데는 NC 창단 과정에서 프로야구 질적 저하를 반대 명문으로 삼았지만, 정작 경기력이나 구단 운영에서 롯데는 NC보다 뒤졌다. 그동안 부산, 경남 지역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던 롯데지만, 이제는 롯데를 대신할 대안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더는 팬들에게 '미워도 다시 한 번'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연 롯데가 지금의 사태를 더 큰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과거처럼 문제의 핵심을 피한 채 적당히 상황만 넘길지 귀추가 주목되지만, 중요한 건 팬들의 실망이 이제는 그들의 마음을 롯데로부터 떠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단은 과거 황량한 사직 야구장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롯데는 팬이 없는 프로팀은 존재 이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심종열(김포맨)
초등학교 때부터 롯데자이언츠 광팬
사진 그리고 야구로 보는 세상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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