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人] 광복문화포럼 고문·반디기독초등학교 이사장 김익태 씨

입력 : 2014-12-03 10:48:44 수정 : 2014-12-04 11: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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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빛 트리와 간판, 주민들의 자신감이죠"

김익태 광복로문화포럼 고문·대안학교 반디기독초등학교 이사장이 부산 중구 광복로를 가리키며 "주민들이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하고 있다.

"젊었을 때 부모님 탓만 하고 방탕한 생활을 보냈습니다. 또 한때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살아오면서 돈이 결코 마음의 행복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10년 이상 광복로시범가로조성사업 주민대표, 광복로문화포럼 회장, 부산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 실행위원장 등을 맡아 거리를 아름답게 하고 상권을 되살리는데 헌신한 김익태(56·이재모피자 대표) 광복로문화포럼 고문·대안학교 반디기독초등학교 이사장.

트리 축제·간판 정리사업 성공
강사 초청 고교생 대상 강연회
대안학교 설립 운영도
"주민 힘 합치면 못할 게 없어"

그는 20대 초반 단돈 2만 원을 들고 대전에서 부산 중구 광복로로 이사와 자영업 등을 통해 재산을 모은 후 청소년들을 위해 대안학교를 설립하고 남몰래 나눔을 실천해 이들로부터 '키다리아저씨'로 불리고 있다.

"주민들이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개인적으론 맨몸으로 광복로로 내려와 가족과 이웃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고 저의 보금자리도 마련할 수 있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이사장은 1959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3살 때 부모님이 이혼해 어머니 품에서 자랐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던 어머니가 힘들어서 밤마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왜 아빠가 없을까'하며 방황도 많이 했습니다."

1985년 제대 후 취업이 안돼 고민하던 중 광복로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던 동네 선배의 권유로 부산으로 내려와 호프집 지배인을 맡았다. 당시 호프집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4~5년 만에 선배 가게를 인수했고, 가정도 꾸렸다. 얼마 후 인근에 분점도 열 정도로 사업에 성공했지만 어릴 때의 상처와 외로움 때문에 술을 끊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 술에 취해 당시 창선파출소 앞을 지나는데 '지금 방탕한 내 모습이 혹시 예전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김 이사장은 이때부터 술·담배를 끊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신앙생활을 통해 금연·금주에 성공했다. "얼마 후 어머니가 말기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어머니를 살려주면 술집을 다 정리하겠다고 기도했습니다. 또 '남 탓만 하며 정말 잘못 살았구나' 반성하며 아내와 자녀 앞에서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가족 모두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김 이사장은 바로 호프집 2곳을 정리했다. 가족 모두 즐길 수 있는 사업 분야를 고민하다 어머니 이름(이재모)을 따 피자집을 열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전국 곳곳의 피자집을 방문하는 등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이웃들도 경영 비법을 가르쳐 주는 등 격려해 줘 큰 힘이 되었습니다."

김 이사장은 2000년대 초 중구청으로부터 광복로시범가로조성사업의 주민대표를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이때 브니엘신학교 석사과정에 입학해 공부하고 있었지만 어려울 때 저를 도와준 이웃의 사랑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주민대표를 맡았습니다."

그러나 간판 정비 사업에 대해 상인들의 반대가 격렬했다. "'앞으로 2~3년 고생해 20~30년 번영할 수 있는 부산의 대표 거리, 빛으로 돌아온 거리로 만들어 보자고'고 설득했습니다. 저의 진심이 통했는지 주민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2008년 광복로시범가로조성사업이 끝난 후 광복로문화포럼 회장도 맡았다. 이때 부산기독교총연합회와 성시화운동본부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축제 개최 장소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다. " '광복로에 크리스마스트리축제를 개최해 온 가족들이 하나가 되도록 하자'고 설득, 유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김은숙 중구청장이 지원비를 내자 주민들도 자체 부담금을 마련했고, 교회도 모금 활동을 펼쳤다.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추운 날씨 속에서 주민들이 모두 모여 트리를 조립하고 설치했다. "정말 힘든 작업이었지만 축제 때 부산 시민과 관광객들이 몰려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습니다."

김 이사장은 2012년부터 사비를 털어 동주여고 학생을 대상으로 연 4회 유명강사 초청 강연회를 열고 있다. "소수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보다 보다 많은 학생들이 훌륭한 사람으로부터 좋은 말을 듣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아 중구청과 공동으로 동주비전스쿨을 열었습니다."

또 지난해 3월에는 '좋은 교육이 인생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초등과정 대안학교 반디기독초등학교도 설립했다. 앞으로 중등 과정도 개설할 계획이다.

"광복로시범가로조성사업 등을 시작할 때 처음에는 '모두 안 된다'며 반대했던 이웃 상인들이 나중에 '덕분에 거리가 살아났다'고 말할 때 정말 보람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가족과 이웃, 나아가 우리 사회를 보다 행복하게 하는데 작은 힘이나마 헌신할 생각입니다."

글·사진=임원철 기자 wc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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