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부풀리기’ 논란 덮으려다...규모의 저주 빠진 셀트리온 서정진

입력 : 2025-05-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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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판 전환에 판관비 ‘폭증’…수익성은 반토막
운반비 33배·재고 851일…효율화 대신 리스크만 확대
“매출 대신 리스크 키운 구조”…‘규모의 저주’ 현실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사진=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사진=셀트리온

‘매출 부풀리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셀트리온 그룹의 합병 선택이 자충수로 돌아오고 있다. 직접판매(직판) 체제로 전환하며, 판관비는 매출의 3분의 1을 넘어섰고, 운반비 등은 전년 대비 최대 33배 넘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기형적 숫자’를 지적하며, 현재처럼 비용 통제에 실패하면 ‘규모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2024년 연결기준 매출 3조 5573억 원, 영업이익 492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63.5% 늘었지만, 반대로 영업이익은 24.5%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13.8%로 전년(29.9%) 대비 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셀트리온의 영업이익률이 반토막 난 이유는 판매 체제 전환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판매를 맡고 있었으나, 2023년 말 합병을 통해 직판으로 전환됐다.

그 결과 2024년엔 지급 수수료, 광고비, 운반비 등 지출이 크게 늘었고, 구조적 고정비 증가까지 겹치면서 판매관리비가 전년 대비 3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물류를 직접 관리하면서 운반비의 경우 15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무려 33배 증가했다.

셀트리온 측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직판 전환을 통해 유통 효율을 개선하고 전략적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발표한 수치를 놓고 볼 때 시장에서는 효율성 개선보다는 오히려 비용 통제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셀트리온이 이처럼 △수익성 훼손 △판관비 구조 왜곡 △고정비 압박이라는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무리하게 전환에 나선 이유는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둘러싼 이른바 ‘매출 부풀리기’ 논란을 덮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매출 부풀리기’ 논란은 셀트리온이 원가에 가깝게 제조한 상품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비싸게 팔아 유통 마진을 취하는 구조 때문에 불거졌다.

시장에서는 합병을 통해 회계는 단순해졌지만, 손익계산서가 급속히 악화된 점을 들어 셀트리온이 사실상 ‘자충수’를 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직판으로 인한 후폭풍은 재고자산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023년 기준 재고자산 회전일수는 851일에 달했다. 즉, 제품이 팔리기까지 평균 2년 이상 재고로 쌓여 있다는 뜻이다. 바이오업계 평균(300~500일)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직접판매가 본격화된 해인 만큼, 재고 누적 압력이 더 커졌을 가능성이 크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글로벌 입찰 시장에서의 니즈와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을 위해 6~9개월분의 안전재고 자산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실제 유럽 주요국에서 입찰 항목에 안전재고를 평가항목으로 제시하는 등 환자의 치료 지속성과 연결된 재고자산 보유는 사업 전략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셀트리온의 직판 전환이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서 규모가 커질수록 위험도 더 가파르게 커지는 ‘규모의 저주’가 본격화하는 시점이라는 우려 섞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직접판매 체제로 셀트리온이 키운 것은 매출이 아니라 리스크”라면서 “논란을 막기 위한 자충수로 결국 ‘규모의 저주’라는 구조적 함정에 들어선 셈”이라고 봤다.

박상인 기자 si202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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