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에 휴대전화 사용은 수업 집중도를 해칩니다. 학교 있는 동안 휴대전화는 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일괄 수거해 보관한 뒤 귀가 때 돌려주는 건 무방하다고 봅니다."
"몇 몇 학생이 저지른 행위 때문에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개인이 알아서 할 사안 아닌가요. 자율을 강조하는 사회인 만큼 규제보다 신뢰에 초점을 두었으면 합니다."
28일 1천여 명 모여 머리 맞대
휴대폰·복장·등교시간 주제로
'학칙 개정 대토론회' 열기 후끈
"상대 의견 존중 소중한 경험"
부산 혁신학교 중 하나인 부산 북구 만덕고등학교(교장 김대성)가 교내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한 새로운 실험을 벌여 주목받고 있다. 28일 학교 3층 대강당에서 오후 1시 30분부터 3시간 이상 열린 '제1회 함박골 대토론회' 현장은 전교 학생 890명, 교직원 80여 명, 학부모 50여 명 등 1천 여명이 뿜는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교복은 학교의 정신이자 상징입니다. 최소한 등교 때만이라도 자부심을 갖고 입고 다녀야 합니다." "여학생은 겨울에 치마를 입는 일이 얼마나 불편한지 모릅니다. 시험기간만이라도 체육복을 허용해 주세요. 이 참에 가벼운 생활복 도입을 고려하면 어떨까요."
학생· 교직원·학부모 교육의 3주체가 머리를 맞댄 이런 토론회는 부산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학교생활 규정에 관한 학칙 개정 문제를 논의해보자는 취지로 열린 이 자리는, 매년 변하는 학교 구성원 3분의 1에 대한 의견수렴 없이 이전의 규정을 무작정 적용하는 데 대한 문제 의식이 출발점이다.
민주적 학칙 개정을 위한 작업은 이미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학생· 교직원·학부모가 각각 학칙 개정문제를 토론하고 설문하는 작업을 거쳤다. 학생들은 학급회·학생대의원회, 교직원들은 주제토의, 학부모들은 총회와 온·오프라인 설문을 거쳤다.
그렇게 의견을 취합한 결과 10개 안건이 선정됐다. △휴대전화 △복장 △등교시간 △두발 △흡연 △수업방해 △지도불응 △무단결석 △학교폭력 △절도 순으로 개정 요구 비중이 높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가장 민감하면서도 학칙 개정 요구가 높았던 3개 안건, 곧 휴대전화, 복장, 등교 문제에 대한 열띤 의견들이 오갔다. 각 안건마다 학생 대표 2명, 교직원 대표 2명, 학부모 대표 2명이 토론자로 나서 입론과 질문, 답변이 이어졌으며 강당에 모인 학생들의 자유토론도 가세했다.
김대성 교장은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학교 문제에 참여해 의사를 표현하고 상대 의견을 존중하면서 중지를 모으는 과정에서 주인의식을 갖는 소중한 경험을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 뒤에는 전체 무기명 투표가 실시됐다. 학생·교직원·학부모 별 찬성률을 1 대 1 대 1로 합산해 50%를 넘은 안건은 규정 개정이 추진된다. 만덕고는 내년에는 교육과 관련된 철학과 가치를 주제로 교육 3주체가 참여하는 두번째 대토론회를 펼친다.
김건수 기자 kswoo33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