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진역사 개발 방향은?] "시민에게 열린 공공 공간으로 남겨둬야"

입력 : 2015-08-27 23:11:15 수정 : 2015-08-28 10: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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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완행열차, 비둘기호가 멈추는 곳.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 수많은 추억과 삶의 애환이 서린 곳. 부산 동구에 있는 부산진역사다.

창의적 건축 실험 공간·미술관 등
예술 공간으로 활용 아이디어 눈길
여행자 숙소·노래방 등 이색 제안도

역에는 더이상 기차가 멈추지 않고, 자그마한 역사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그러자 자본은 이곳에 상업적 개발의 칼을 들이대고 있다.



부산진역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현대식 고층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올리기 위해 역사를 무너뜨리는 것을 그냥 두고볼 것인가? 지난 4월 구덕운동장을 주제로 열린 '부산 재창조 아이디어 콘서트'에 이어 두 번째로 기획된 이번 행사의 상상 무대는 부산진역사다.

'도시를 상상하라-부산 재창조 아이디어 콘서트'는 부산의 공간을 자유로운 상상으로 재창조 해보자는 취지로 '도시건축포럼B'와 부산일보사가 공동 주최하고 있다.

■역사, 그대로 살리자

제2회 아이디어 콘서트에 참가한 부산의 건축·문화·예술 전문가들은 부산진역의 '역사'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이들은 "부산진역의 공공성을 지키고, 현재 시설 보존을 바탕으로 재창조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안용대 도시건축포럼B 회장(가가건축사사무소 소장)은 "지난 달 부산진역에서 열렸던 공연을 보면서 이 공간에 손을 많이 대지 않아도 충분히 활용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상상한 부산진역의 새로운 용도는 '파빌리온 플라자'.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처럼 창의적인 건축 예술을 실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겨두자는 아이디어다.

김승남 도시건축포럼B 대표간사(일신설계 사장)도 "오피스텔 등으로 개발하려는 기존 계획은 철회하고 역사만이라도 그대로 두고 재생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먼저 1층에는 도서 교환이 가능한 서점과 책 읽는 정원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2층에는 선베드 몇 개만 놓아도 멋진 옥상 파티공간이 생겨난다. 도시철도와 연결되는 지하에는 통로 공간을 활용해 '200m 미술관'을 그려 넣었다.

■청년·문화 공간 어때?

김민정 부산도시공사 과장이 낸 아이디어는 '청춘 컨벤션 센터'다. 부산에 필요한 것이 청년과 일자리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그는 "태국의 카오산로드처럼 세계의 젊은 배낭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정보 교류의 장을 부산진역에 만들자"며 "독일 뮌헨의 '더텐트'처럼 2층 침대를 수백 개 갖다 놓는 것만으로도 청년들을 위한 저렴한 숙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 건물을 지을 필요 없이 항만도시 부산의 특성을 담은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하자는 제안도 했다. 컨테이너는 청년 창업 공간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하호진 동서대 겸임교수는 북항재개발 2단계 사업지역의 관문 콘셉트로 부산진역의 새 모습을 그렸다. 2~3층 규모의 필로티 공간을 만들어 현재 역사를 바다를 볼 수 있는 관문이자 문화복합시설로 역사를 개발하자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주위 여건만으로 판단해 이곳에 오피스텔이나 호텔이 들어서면 해양도시로서 부산의 계획이 사라지는 꼴"이라며 "100년을 내다보는 긴 안목으로 부산진역을 재창조해 원도심 전체가 활성화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보자는 기발한 발상도 나왔다. 이혜민 비아트 팀장은 "'후리한(자유로운) 노래방'이라는 콘텐츠를 역사에 넣어보자"고 제안했다. 대규모 개발 대신 노래방 기계와 무대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주민들이 찾아와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거란 아이디어다.

■노숙자도 한 주체로

부산진역에 있는 노숙자 역시 이 공간의 주체로 안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오신욱 라움건축사사무소 소장은 '기찻길옆 오막살이'라는 콘셉트의 노숙자 숙소를 제안했다. 그는 "철도 레일을 활용해 움직일 수 있는 판매대를 만들면 '기찻길 플리마켓(벼룩시장)'도 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교성 플랜비 팀장은 "10년 간은 아무 것도 손대지 말고 그대로 두면서 느린 재생을 진행하면 어떻겠냐"며 "노숙자들의 자활을 돕는다는 의미로 이곳에서 전시나 공연이 이뤄질 때 일부 금액을 기부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영 비아트 팀장은 "미국의 한 NPO가 진행한 사회공헌 프로젝트 '홈리스를 위한 홈'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해 보자"며 "노숙자들의 집과 다름 없는 역에서 이들을 쫓아내는 대신 안전하고 매력적인 커뮤니티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이슈팀=손영신·이호진·이자영 기자 issue@busan.com

https://youtu.be/g2VW-_o_n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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