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 경찰청장이 연말 인사철을 앞두고 외부 인사 청탁에 강력한 경고음을 발신했다.
강 청장은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인사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인사 관련 외부 청탁 사례가 우려된다"며 "청장이 인사권자로서 결코 휘둘린 적이 없으며, 청탁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오히려 불이익이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회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경찰청장이 회의석상에서 외부 인사청탁에 공개적인 경고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뒤집어보면 인사철마다 경찰청장에게 들어오는 외부 청탁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강 청장은 그러면서 '내부 소통'을 강조했다. 승진을 원하면 외부를 통하지 말고 자신에게 직접 '청탁'하라는 의미다.
강 청장은 "청장이 메일을 열어놓고 수시로 확인하고 있으니, 정정당당하게 얼마든지 청장 메일로 '자기 추천' 의견을 제시하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고 외부에 얘기해 인사 질서를 무너뜨리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강 청장의 언급은 조만간 있을 치안정감 인사를 시작으로 내년 초 총경급 인사까지 줄줄이 이어지는 수뇌부 인사를 앞두고 외부 유력 인사를 통한 청탁을 사전에 차단하고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조직 내부 기강을 다잡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5일부터 11일까지 교민 안전확보 및 치안 협력을 위한 필리핀·베트남·일본 해외출장을 앞둔 상황에서 자신의 부재 기간 '경거망동'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강 청장의 발언은 차기 검찰총장에 고교 선배인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이내정된 직후 자신을 겨냥한 '조기 퇴출설'이 사설정보지(찌라시)를 통해 정관계에 공공연히 퍼진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자신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다는 찌라시의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확실히 못박는 동시에 경찰 인사는 경찰청장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인사권자로서의 권위를 확보하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최근 '조기 퇴출설'에 대해 "고교 동문이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으로 일하게 될 경우 한 명은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관습적 사고에 불과하다"며 "강 청장이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