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12' 오재원, 日 콧대 눌러…국내팬 마음 돌렸다

입력 : 2015-11-20 08: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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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스투데이 김두연 인턴기자] 19일 한국 야구 대표팀이 일본을 상대로 9회초 역전극을 펼치며 승리를 거머 쥐었다. 역대 최고의 역전 드라마로 일본 열도는 침묵에 빠졌다.
 
그 중심에는 오재원이 있었다.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의 심리전이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이날 한국 선수들은 대체로 조용했다. 일본 선발 오타니 쇼헤이의 강속구에 주눅이 들었고, 포크 슬라이더 등 다양한 공에 방망이 조차 내지 못했다. 경기 중반까지는 노히트노런을 걱정할 정도.
 
야구는 '분위기 싸움'이다. 단순히 치고 달리는 것이 아닌, 양 쪽 벤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 싸움'이 중요하다. 
 
그러나 9회초 양의지의 대타로 등장한 오재원이 모든 걸 바꿔놨다.
 
그는 타석에 들어서자 마자 오른발로 배터 박스를 넘어가 홈플레이트 부근의 흙을 밟고 방망이로 이 곳을 툭 때렸다. 이후 두 차례 헛스윙을 하고난 뒤 일부러 배터 박스에서 벗어나 템포를 끊었다. 충분히 예상했던 공이었다는 듯 고개도 끄덕였다.
 
이때부터 일본은 조금씩 흔들렸다. 3개의 아웃카운트 채워 빨리 경기를 마무리 짓고자 했지만 대타로 나온 왼손 타자가 교묘히 시간을 끌고 있었다.
 
이어 오재원은 5구째에는 좌전 안타까지 만들었다. 그는 1루로 뛰어가며 마치 경기를 뒤집은 듯 일본 벤치를 보며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를 했다.
 
오재원의 의도는 적중했다. 손아섭의 중전 안타, 정근우의 1타점 2루타, 이용규의 사구,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 이대호의 2타점 적시타가 줄줄이 이어지며 경기를 뒤집었다. 
 
오재원은 현재 KBO에서 가장 많은 안티 팬을 보유한 선수 중 하나다. 평소 승부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몇 차례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국제 대회에서 '싸움닭'같은 그의 모습은 국내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사진=한국 vs 일본 중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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