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트풀8', 타란티노 감독의 독특함 묻어나는 '밀실' 서부극 (리뷰)

입력 : 2015-12-25 11: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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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 헤이트풀8
 
[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쿠엔틴 타란티노는 자신만의 뚜렷한 연출 색깔을 가진 감독이다. 그만큼 팬 층도 두텁다. 여덟 번째 연출작 ‘헤이트풀8’ 역시도 그의 독특함이 여실히 묻어난다. 
 
전작 ‘장고:분노의 추적자’과 마찬가지로 흑인 주인공을 내세운 서부극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안은 밀실 추리로 가득 채워져 있다. 전작과 결이 완전 딴판이다. 영화 홍보 자료에는 ‘스노우 웨스턴 서스펜스’라는 새로운 장르로 표기돼 있는데, 참 적절한 단어 조합이다.  
 
영화는 미국 서부 와이오밍의 눈 덮인 산자락을 공간 배경으로 한다. 레드락 타운으로 죄수 데이지(제니퍼 제이슨 리)를 이송해가던 ‘교수형 집행인’ 존 루스(커트 러셀)는 폭설로 고립된 ‘현상금 사냥꾼’ 워렌(사무엘 L. 잭슨)과 ‘보안관’ 매닉스(윌튼 고긴스)와 합류하게 된다. 
 
그리고 거센 눈보라를 피해 ‘미니의 잡화점’으로 들어선 4명은 먼저 와있던 또 다른 4명 ‘연합군 장교’ 샌포드 스미더스(브루서 던), ‘이방인’ 밥(데미안 비쉬어), ‘리틀맨’ 오스왈도 모브레이(팀 로스), ‘카우보이’ 조 게이지(마이클 매드슨)를 만나게 된다. 이렇게 모인 8명이 서로를 의심, 견제하면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 내용이다.  
 
사실 이들이 모이는 과정이 중심인 초반부는 지루하다. 흑인과 백인, 남부와 서부 등 갈등 구조를 내세우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그들만의 역사일 뿐이다. 그만큼 이해의 폭이 좁을 수밖에. 무엇보다 이들이 모인 ‘핵심’ 이유는 잠시 숨겨놓고, 곁가지로만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같은 지루함은 난데없이 발생한 ‘살인 사건’으로 반전된다. 폭설로 구축된 완벽한 ‘밀실’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당연히 모두가 용의자다. 이를 계기로 추진 동력을 얻게 된 이야기는 쫄깃한 긴장감이 솟구친다.  
 
‘미니의 잡화점’을 자주 드나들던 워렌은 남다른 ‘촉’으로 밀실 살인을 추리하고,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간직한 각자의 비밀이 펼쳐진다. 여기에 타란티노 감독 특유의 피칠갑 액션이 더해진다. 횟수는 많지 않으나 잔혹성은 여전하다. 
 
한정된 공간에서 쉴 새 없이 떠드는 사이 밀실 살인의 범인과 배후가 밝혀지면서 긴장의 피치를 더해간다. 타란티노 감독의 팬이라면, 그의 첫 연출작 ‘저수지의 개들’이 떠오를 것 같다. 이야기 구조가 많이 닮았다. 
 
‘석양의 무법자’ ‘황야의 무법자’ 등 ‘스파게티 웨스턴’에서 음악을 조율했던 영화 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가 40년 만에 서부극으로 돌아왔다는 것도 흥미롭다. 타란티노 감독의 지속적인 러브콜이 이번 작품에서야 이뤄졌다.
 
타란티노 감독은 10편만 찍고 은퇴하겠노라고 예고한 상황. 이제 두 편 남았다. 이를 알리는 듯, 일단 제목부터 ‘8’을 박았다. 또 주요 등장인물도 모두 8명이다. 흥미로운 곁가지다. 내년 1월 7일 개봉.
 
사진=누리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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