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는 우리의 아픈 역사다. 최근 이슈를 차치하더라도 그 아픔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정래 감독의 영화 ‘귀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분법적 논리로 단순히 일본을 무조건 비난하거나 최근 이슈만을 좇는 작품은 아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미처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소녀의 넋을 위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는 포스터의 문구가 이 영화의 성격을 대변한다.
1943년 경남 거창의 한 마을에 사는 14세 소녀 정민(강하나)은 일본군에 끌려 영문도 모른 채 기차에 몸을 싣는다. 정민은 기차 안에서 한 살 언니 영희(서미지)를 만나게 되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대 소녀들은 제2차 세계대전, 전장 한가운데인 중국 목단강 위안소에 버려진다. 그 소녀들의 이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영화는 이 같은 이야기를 1991년으로 끌고 온다. 신내림을 받은 소녀 은경(최리)의 사연이 중국으로 끌려간 소녀들과 교차된다. 이를 통해 짓밟힌 소녀들의 이야기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로 이어진다. 또 은경은 중국 땅에서 으스러진 소녀들의 영혼을 달래며 소녀들의 아픔을 스크린 너머로 전달한다. 영화 속 현재의 시간적 배경인 1991년은 고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밝힌 해다.
영화의 마지막에 펼쳐지는 진혼굿은 넋으로나마 고향의 품으로 모셔와 따뜻한 밥 한술 올려드린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감독의 의도가 제대로 드러난다. 특히 진혼굿 도중 드문드문 비치는 일본군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하다. 그리고 홀로 고향으로 돌아와 소녀에서 이제는 할머니가 된 영옥(손숙)이 영매인 은경을 통해 정민을 만나면서 흘리는 눈물은 대중의 마음을 울린다.
영화의 매력은 끔찍한 역사를 다루면서도 생각보다 영화의 분위기가 밝다는 점이다. 일본의 만행이나 위안부의 모습 등 자극적으로 그릴 요소가 많음에도 이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봄내음이 느껴지는 배경과 소녀들의 풋풋함은 역사의 아픔을 더욱 부각한다. 또 구슬픈 노랫말에서는 타향에서 삶을 마감한 소녀들의 한이 오롯이 드러난다.
이처럼 '귀향'은 영화적 구성을 취했지만, 온전히 허구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에 얽힌 이야기를 토대로 했다. 조정래 감독은 2002년 ‘나눔의 집’ 봉사활동 중 이 그림을 접하고 영화화를 결심했고, 강일출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직접 듣고 스크린에 옮겼다. 또 7만 5천270명의 시민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참여했다. 24일 개봉.
사진=제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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