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주’와 ‘좋아해줘’, 어느 영화를 더 응원하세요라는 질문에 배우 강하늘은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왜 그러세요. 그러지 마세요”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주연한 두 작품이 17일 같은 날 개봉되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강하늘은 “‘동주’ 촬영 이후 3개월가량 쉬고 ‘좋아해줘’를 촬영했다. 그런데 개봉이 이렇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리곤 “뭘 더 응원하느냐가 아니라 무조건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좋아해줘’는 다른 스타들이 많다”면서 “그에 비해 ‘동주’는 감독님, 스태프 등 모든 분과 의기투합해서 으샤으샤 만든 작품”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이에 ‘동주’를 더 응원한다는 의미냐고 하자 그는 다시 한 번 “진짜 그러지 마세요”라고 부탁했다.
■ 윤동주 시인을 연기한다는 것...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로 시작하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는 시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다 알만한 시다.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지만 정작 윤동주 시인의 삶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영화 ‘동주’ 속 나약하고 열등감 가득한 윤동주 시인의 모습이 충격이고, 거짓처럼 느껴질 정도다. 강하늘 역시 처음 대본을 접하고 ‘충격’에 빠졌다. 우리가 배웠던 윤동주 시인은 일제에 항거한 대표적인 저항시인이니까.
강하늘은 “우리 기억 속에 윤동주 시인은 하나의 아이콘”이라며 “그 시대를 살았던 젊은이로서 열등감이나 패배의식, 자괴감 등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을 가졌던 한 사람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제 무의식 속에서 윤동주란 사람의 틀을 만든 거죠. 영웅 같고, 거대하고, 뭔가 하얀 이미지를 말이죠. 저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죠. 또 저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어요. 나만의 틀로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지 않았나 싶었죠.”
사실 영화화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윤동주 시인을 맡은 강하늘은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 찼다. 물론 그 기대와 흥분은 금세 걱정과 부담으로 바뀌었다. 그는 “내가 연기한 게 곧 영원히 남게 되는데, 그게 윤동주 시인”이라며 “그 중압감이 엄청났고, 도망치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그런 점에서 윤동주의 평생 라이벌이자 친구인 독립운동가 송몽규도 마찬가지다. 영화에 등장하는 송몽규와 윤동주의 일화 역시 허구로 만들어낸 것만 같다.
이에 강하늘은 “영화를 통해 처음 접했다”며 “이 작품이 가져야 할 목적이라고 하면 몽규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몽규가 더 잘 살아 있다’고 어떤 분이 말해주셨는데, 그게 굉장한 칭찬”이라고 서령했다.
‘동주’의 또 하나의 특징은 흑백 영화라는 점. 강하늘은 “바른 판단”이라고 자신했다.
“영화를 떠올리면 신기하게도 나무는 초록이었던 것 같고, 하늘은 파랑인 것 같아요. 분명 흑백이었는데 말이죠. 이처럼 각자 마음속에 넣을 수 있는 색이 다 다르죠. 흑백의 매력이죠.”
■ 청각장애를 연기한다는 것...
박현진 감독의 ‘좋아해줘’는 달콤한 분위기의 로맨스물. 유아인 이미연, 김주혁 최지우 그리고 강하늘 이솜 등 세 커플의 이야기가 한 데 엮였다.
강하늘은 “대본을 덮었는데 마음이 행복해졌다”며 “‘뽀송뽀송’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을 받았고, ‘힐링’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가 연기한 인물은 ‘모태솔로’이자 청각장애를 지닌 이수호. 여느 로맨스에서 볼 수 있는 인물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처음에는 장애에 초점이 쏠렸는데 그러다 보니 로맨스가 아니라 휴먼 스토리로 바꿔야 하더라”며 “어느 정도 영화적 허용을 하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직면하는 문제는 거짓 연기다. 또 실제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오해를 심어줄 수도 있다. 구화(상대의 말을 그 입술의 움직임과 표정으로 이해하는 것) 역시도 실제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그는 “구화를 하게 되면 입만 보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니 이상했다”며 “영화적 허용으로 약속하고, 대신 상황적으로 듣기 어렵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감도 있고, 고민도 많았다”면서 “그런데도 ‘영화를 위해서’라고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사진=비에스투데이 강민지 기자
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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