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은 더욱 짙어졌고, 무대매너는 여유로워졌으며, 이제는 후배를 챙기는 배려까지 갖췄다. 데뷔 17주년을 맞은 가수 김범수가 그랬다.
 
김범수는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2016 김범수 콘서트 ‘17년산 토종 김범수’의 첫 공연을 개최했다. 이번 콘서트는 1999년 1집 앨범 ‘어 프로미스’(A Promise)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은 김범수가 데뷔 17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것이다. 이번 공연 타이틀인 ‘17년산 토종 김범수’를 통해 알 수 있듯, 17년간 온전히 음악 안에서 숙성시켜온 그의 모든 것을 선보이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겼다.
 
이날 김범수는 SBS ‘시크릿 가든’의 OST ‘나타나’를 부르며 등장했다. 곧바로 ‘그대 모습은 장미’ ‘니가 날 떠나’를 연이어 선보인 김범수는 “어려운 시간 내고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올해도 어김없이 저의 공연 투어는 계속된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17년 째 공연을 하고 있지만 첫 공연은 늘 떨린다”면서 “새색시가 새신랑을 맞으러 가는 설렘과 두려움 등 여러 가지 감정들로 무대에 섰다”고 첫 공연에 대한 흥분감을 감추지 못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첫 공연이라 부족함이 많다고 겸손함을 보이던 김범수는 ‘달라’ ‘남과 여’ 등의 듀엣 곡을 비롯해 KBS2 ‘프로듀사’ OST로 큰 사랑을 받았던 ‘사랑의 시작은 고백에서부터’, ‘슬픔 활용법’ ‘가슴에 지는 태양’, MBC ‘나는 가수다’에서 선보였던 이소라의 ‘제발’, JTBC ‘투유프로젝트-슈가맨’에서 선보인 ‘그댄 행복에 살텐데’ 등 모두 20곡을 쉼 없이 펼쳐냈다.
 
앙코르 3곡을 더해서, 무대 위에서만 모두 23곡을 선보인 김범수. 중간 중간 듀엣 곡이 섞이긴 했지만, 오로지 150분의 러닝타임을 솔로 혼자서 가득 채웠다는 것은 대단한 일. 그러면서도 스스로 감정을 유지하고 더욱 짙은 감성을 보여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김범수 감성의 절정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엔딩곡 '보고싶다'와, 앙코르 엔딩곡 '하루'.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 김범수는 하얗게 불태웠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발라드에 어울리는 감성과 감정선을, 또 에너지와 컨디션을 두시간 넘게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여유롭게 관객들과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도 자기 가족들(밴드나 코러스, 듀엣 무대에 오른 후배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또 ‘슈퍼스타K’ ‘너의 목소리가 보여’ ‘판타스틱듀오’ 등 자신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에서 만난 보석들을 무대 위로 이끌어 함께 듀엣을 선보이며 기회를 주는 등 그들을 배려한 모습으로 또 한 번 눈길을 끌었다.
 
김범수는 이에 대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듀엣을 한 뒤 후배가 더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오기가 생겼다”며 “하지만 작년부터 새로운 감정이 들었다. 저와 같이 무대를 한 후배들을 더 잘한다고 해주면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친구들이 건강하게, 깊게, 아주 멋지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후배들을 챙기기도 했다.
 
이처럼 감성과 여유, 배려까지 모두 중무장한 김범수는 ‘17년산 토종 김범수’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느끼게끔 했다. 흔히들 와인과 위스키는 오래 묵을수록 맛이 좋다고 하지 않았던가. 농익은 김범수 또한 그랬다. 그는 “고급 위스키가 17년이 되면 그때부터 맛이 익어간다”면서 “익어가기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시점이다. 그래서 이를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17년산 토종 김범수’라는 타이틀을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명과 배경, 구도는 이번 콘서트를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들이 조화롭게 어울려서 김범수의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해줬다. 특히 이 모든 것의 압권은 앙코르 무대의 마지막 곡에 있다. 조명과 배경, 그리고 김범수의 노래까지 하모니를 이뤄 시너지 효과를 배로 만들어낸 것. 이처럼 17년을 기점으로 더욱 익어갈 김범수는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김범수는 12,13일 ‘17년산 토종 김범수’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수원, 인천, 대구, 창원, 부산 등지에서 전국투어를 이어간다.
 
사진=일광폴라리스 제공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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