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종영① 명품 팩션 사극의 비결 세 가지

입력 : 2016-03-23 09: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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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원하는 나라를 만들고자 달려왔던 이방원(유아인)에게 남은 것은 결국 자신 뿐이었다. 이방원을 지킨 무휼(윤균상)과 반촌을 지킨 분이(신세경)는 결국 이방원 곁을 떠났다. 무명과 이방지(변요한)도, 척사광(한예리)도 어찌됐던 이방원과는 멀어지게 됐다. 모든 게 이방원 중심으로 재편된 셈이다.
 
2년 뒤 왕위에 오른 이방원은 아들 이도(남다름)에게서 정도전(김명민)과 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봤다. 훗날 세월이 지나 한글이 반포되고 늙은 분이는 정도전의 묘를 찾아 지난 세월을 회상하며 숨을 거뒀다. 
  
이처럼 50회를 달려온 '육룡이 나르샤'가 긴 시간동안 긴장감과 흥미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연기력이 뒷받침된 배우들의 노력과 역사를 기반한 스토리, 그 틈을 메우는 독특한 각색이 있기에 가능했다. 
 
▲주연 배우들의 각양각색 '열연'
 


'육룡이 나르샤'의 주연 배우들은 남달랐다. 역사를 기반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인물을 새롭게 창조했고,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긴 액션신 또한 역동감 넘치게 소화했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었던 이성계를 그려낸 천호진은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잔트가르처럼 되고 싶다'는 어린 아들인 이방원 앞에서 배신자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리는 결단력을 보이는가 하면, 훗날 이방원이 순군부에 붙잡히자 이인겸을 찾아가 자신을 새끼 잃은 호랑이라고 표현하며 진한 부성애를 드러내기도.
 
윤균상의 성장기는 극의 흥미 요소 중 하나. 극 초반 어리바리하고 어딘가 부족한 무사를 연기했던 윤균상은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며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 무휼의 모습을 생동감있게 표현했다. 훗날 이방원의 호위무사가된 그는 무명의 길선미, 척사광 등을 제압하며 여섯 번째 용의 등장을 화려하게 알렸다.
 
정인 연희(정유미)를 잃은 이방지를 연기한 변요한의 감정 연기는 드라마에서 가장 애틋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 시절 결혼까지 약속했던 사이인 연희를 지키지 못했던 자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갔던 이방지, 그래서 그의 길은 가장 고독했다. 이 과정에서 불렀던 변요한의 '청산별곡'은 극 중 이방지의 마음을 십분 표현하며 그 구슬픔을 더했다. 그러나 '까치 독사'로 불릴 만큼 타고난 무술 실력을 가졌고 길태미까지 꺽으며 삼한제일검이 된 그였지만, 정작 자신이 지켜야 했던 연희와 정도전을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점은 그에게 '죄책감'이라는 꼬리표로 따라 다녔다.
 
또 분이를 연기한 신세경은 백성들의 한을 그대로 그려냈다. 특히 극 초반부터 마을의 대장으로서 굶주림에 죽어나가는 고향마을 사람들을 위해 황무지를 개간해 곡식을 수확하며 '신여성' 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하든 백성들은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세상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분노는 민본주의 정치를 지향하는 분이의 원동력이 됐다.
 
▲ '길태미 신드롬' 일으켰던 박혁권
 

'육룡이 나르샤'에서 박혁권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극 중 고려의 실세 이인겸(최종원)의 심복 길태미 역은 물론 그의 쌍둥이 형 인 길선미까지 1인 2역을 연기했다.
 
특히 작품 초중반에 주로 등장한 길태미(박혁권)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길태미는 삼한제일검의 실력을 가진 무사임에도 화려한 화장술과 장신구를 즐기는 모습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또 어딘가 어설퍼 보이는 겉모습 이면에는 무섭도록 잔혹한 면모를 지니고 있어 긴장감도 높였다.
 
이에 시청자들은 그에게 '길태쁘' '태미언니' '교태미' 등의 별명을 붙이며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선보인 이방지(변요한)와의 마지막  결투 장면은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르며 그의 인기를  반증하기도.
 
이후 길태미는 하차했지만 박혁권은 작품에 남아 활약을 이어갔다. 쌍둥이  동생과 달리 온화하고 남성적인 성품을 지닌 길선미(박혁권)는 무명에 소속된 묘령의 무사로 극 막판까지 긴장감을 부여했다.
 
▲ 역사가 스포일러? '육룡이 나르샤'는 달랐다
 
과거를 기록한 역사는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역사를 기반한 사극물은  참신한 소재 보다는, 주로 소재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으로 극을 이끈다. 그러나 역사에도 빈틈은 있고 모든 것이 세세하게 기록되진 않는다. '육룡이  나르샤'는 이 빈틈을 약간의 픽션으로 조미해 드라마의 흥미를 더했다.
 
이방원(유아인)과 정몽주(김의성)이 선죽교 위에서 그린 장면이 그랬다. 역사에 따르면 1392년 정몽주는 이성계가 사냥 중 낙마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일파를 제거하려 했으나, 이성계가 멀쩡히 돌아오는 바람에 실패했다. 이후  이성계의 기색을 살피기 위해 병문안을 핑계로 그의 집에 방문했다. 이 때 정몽주는 이방원과 술자리를 가지고 그의 하여가에 단심가로 화답했다고.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뿌리는 비슷하되 전개를 달리했다. 이방원과 정몽주는 선죽교 다리 위에서 만났다. 그리고 역사 속 두 사람이 주고 받은 시조를 격살 직전 두 사람이 나눈 대화에 녹여냈다. 이방원은 정몽주에게 "백성들에게 이런 들 어떠하며 저런들 무슨 상관이겠나. 포은 선생과 삼봉 스승님 두 분이 저리  얽혀 백성들에게 생생지락을 느끼게 해준다면 누가 감히 하찮은 붓끝으로 선생을 욕보이겠느냐"고 설득했다.
 
그러나 정몽주는 "나를 죽이고 죽여 일백 번을 죽여보게. 백골이 썩어나가고  몽뚱아리가 다 흙이되도 충을 향한 붉은 마음은 가지지 못할 것이네"라고 답했다. 결국 이방원은 조영규를 시켜 정몽주를 격살했다.
 
또 삼한제일검인 이방지(변요한), 반촌의 난민들을 이끄는 분이(신세경), 서슬 퍼런 무사 척사광(한예리) 등의 가상 인물들의 굵직한 활약으로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이다. 
 
사진=SBS 제공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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