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수놓은 많은 배우 중, 가장 감정적인 등락이 심했던 배우를 꼽자연 단연 유아인이다. 그만큼 혼란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고 50부작의 긴호흡은 그에게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유아인은 이 모든 어려움들을 '연기력' 하나로 잠재웠다. 어린 이방원의 순수했던 사랑과 훗날 욕망을 추구하는 그의 모습까지 '유아인표' 이방원으로 승화시켰다.
어린 시절 이방원(유아인)의 우상은 아버지 이성계(천호진)였다. 이방원은 항상 아버지 같은 잔트가르(최강의 사나이라는 뜻의 몽골어)를 꿈꿨다.
그러던 중 이방원은 길태미(박혁권) 이인겸(최종원) 홍인방(전노민)으로 구성된 도당 3인방의 극악무도함을 경험하게 된다. 자신이 잔트가르라고 믿었던 이성계를 쌍성총관부 시절 과거를 빌미로 굴복시킨 것이다.
이방원은 이 때부터 부패한 권력층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또 얼마든지 부정한 세력에 의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나라를 새로 세우겠다는 일념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이방원의 속내는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피의 선죽교'로 불리우는 사건을 통해 정몽주를 죽였고, 이를 기점으로 과감해졌다. 그는 자신이 벌인 일들에 대한 정당성을 찾기 시작했고 순수함을 추구하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꿈을 위해 실리만 추구하는 모습으로 변화했다.
그런 그에게 둘도 없는 스승이었던 정도전(김명민) 또한 꿈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없애야 하는 대상인건 마찬가지였다. 물론 쉽진 않았다. 이성계 이후 처음으로 자신이 잔트가르라고 느꼈던 사람이 정도전이었고 그의 혁명적인 사상에도 이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이방원은 왕자의 난을 일으켰고 정도전은 물론 자신의 이복형제까지 죽이며 훗날 왕위에 오르게 됐다.
유아인은 '육룡이 나르샤'가 후반부로 갈수록 정치적 이념을 위한 이방원을 그려내기 위해 감정의 변화가 불가피했다. 그러나 유아인은 그 내면에 순수함을 담아냈다. 겉으로는 냉정해 보이는 그였지만 사실 이방원은 누구보다 여린 속내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싸움에 누구보다 괴로웠고 또 고독했다.
사실 극 초반만 하더라도 분이(신세경)와 함께 '낭만커플'이라 불리우며 누구보다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사랑을 고백했던 이방원이기에 그의 내면적인 갈등은 더욱 도드라졌다. 물론 결과적으로 백성의 마음을 대변하는 분이, 정치적 꿈이 있었던 이방원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달랐기 때문에 둘의 로맨스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것이 애틋함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유아인이 그린 이방원은 그만큼 특별했다. 앞서 다수의 작품에서 그려졌던 '완성형' 이방원이 아닌, 유아인만의 이방원이였기에 더 애틋했고 또 마음이 갔다.
사진=SBS 제공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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