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연예 간섭] 정부에 일침 날린 '태양의 후예'

입력 : 2016-04-07 19:03:56 수정 : 2016-04-10 14: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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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차장

어제저녁 오랜만에 카톡방에서 중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워낙 친했던 친구들이라 몇 년 만에 연락이 닿았어도 수다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밤새워 이어질 것 같은 이 대화를 끊게 한 건 드라마 '태양의 후예'였다. 9시 55분쯤 되자 한 친구가 "야! 태후 보러 가야 해!"라는 문장을 올렸고 모두 "어머! 시간됐네!" "휘리릭" "중기 보러 가야징!" "태후 넘 좋아!"라며 순식간에 사라진다. 다시 한번 '태양의 후예'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태양의 후예가 만드는 기록은 대단하다. 시청률 신기록은 물론이고 출연 배우들은 벌써 광고가 줄줄이 대기 중이란다. 인터넷 화제 지수와 검색어 순위에서 1등이고 중국에서조차 연일 트위터 검색어 1위를 차지할 정도이다.

왜 이렇게 '태양의 후예'가 인기가 많을까. 김은숙 작가의 재미있는 대본과 송중기, 송혜교의 뛰어난 연기라고 말하기엔 광풍 같은 이 인기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다채널시대, 모바일시대에 두 자릿수(10% 이상) 시청률조차 어렵다던 방송가에 30%를 훌쩍 넘어 마의 시청률 40%까지 바라본다는 '태양의 후예'의 인기 뒤에 있는 사회적인 배경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스러운 밀당으로 초반부 관심을 끌었던 이 드라마가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하기 시작한 건 우르크에서 펼쳐진 재난 상황이다. 남녀주인공을 비롯해 출연진 모두 의사, 군인으로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던졌다. 내국인, 현지인뿐만 아니라 악한으로 나오는 사람조차 살리기 위해 대신 몸을 던져 피를 흘렸다. 청와대 안보수석이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갱단에 납치된 여주인공 구출작전을 보류시킬 때 남자 주인공은 "개인의 죽음에 무감각한 국가라면 문제가 생기면 어때? 국가가 뭔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국가다"라고 일갈하며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여자 주인공을 구해 냈다.

여기서 겹쳐지는 장면이 하나 있다. 우리는 2년 전 이맘때 진도 앞바다에서 수백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수장되는 장면을 생생하게 지켜봐야 했다. 배 안에 금쪽같은 내 새끼가, 하늘 같은 남편이 국가의 구조를 기다렸지만 정작 대한민국 정부는 무얼 하고 있었던가. 정부의 누구 하나 지금까지 속 시원한 답을 주지 않고 있고, 심지어 아이를 잃은 부모를 보상금 더 받기 위해 생떼 쓰는 이로 매도한 정치인조차 있지 않았던가. '태양의 후예'는 국민의 죽음 앞에 무감각했던 정부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시원하게 풀어 준 것이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본능적으로 이 드라마에 끌려드는 건 아닐까.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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