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저에게는 기회였고 또 다른 기회를 준 작품이예요."
이미 톱스타 반열에 올라있던 배우 송혜교에게도 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특별했다. 3년이라는 공백은 짧지 않은 시간이었고, 개인적으로도 크고 작은 일을 겪었던 기간이였기에 이번 작품은 어느 때보다 중요했고 또 간절했다.
이를 '기회'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작품 자체로써 자신에게 큰 기회였을뿐만 아니라,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간절했던 만큼 즐거움도 많았고 아쉬움도 남았다. 송혜교는 "행복하면서도 죄송했던, 묘한 작품"이라며 작품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 송혜교-김은숙 작가의 숨겨진 케미(?)
송혜교는 극본을 맡은 김은숙 작가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작품에, 캐릭터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극 중 자신이 연기한 강모연도 그랬다. 단순히 강모연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아닌, 송혜교스러운 강모연으로 재탄생시켜 매력을 가미했다.
"작가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자신이 만든 작품 중에 여자 주인공이 이처럼 당당하고 시원한 적은 없었다고.(웃음). 원래의 강모연은 지금처럼 입체적이지 않았어요. 작가님과 미팅을 통해 제 밝은 모습을 보여드렸고 많은 수정 작업을 거쳤어요."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캐릭터의 수정은 대성공이었다. 송혜교는 "나의 실제 밝은 성격이 많이 드러나게 되면서 시청자분들이 '사이다'같은 성격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멜로 드라마의 대가라고 불리는 김은숙 작가의 대본은 어떻게 느꼈을까. 일각에서는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애교 섞인 불만도 터져나온 터. 송혜교는 "많은 분이 그런 의견을 내주시더라"며 "나는 여자라서 그런지 오그라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딱 한 장면이 있었다"며, 유시진이 강모연에 혈액형을 묻는 장면을 꼽았다. 송혜교는 "'인형? 당신의 이상형?'이라는 대사였는데 정말 죽겠더라"며 "20대였으면 당당하게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나이에 잘못 했다가는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 부족한 개연성? 드라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흥행과는 별개로 방송 내내 작품성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따라다녔다. 인물 간의 에피소드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진 나머지, 스토리에 개연성이 부족했고 구성이 과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송혜교는 "촬영하는 동안에는 순서가 뒤죽박죽이었기 때문에 스토리 전개가 과하다던가 빠르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며 "방송 이후에는 이를 두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대한 송혜교의 대답은 간결했다. 드라마기 때문이다. 송혜교는 "드라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닌 환상 속에서 펼쳐지는 드라마기 때문에 나는 만족한다"고 답했다.
오히려 한편으로는 긍정적일 수도 있었다고 내다봤다. 송혜교는 "촬영을 했다가 일부 삭제된 장면이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그런 장면들이 있었더라면 개연성을 높일 수도 있었겠지만, 극 후반 템포가 느려져서 지루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사랑'은 물론, '사람'을 선물받은 작품
100% 사전제작 드라마였던만큼 '태양의 후예'는 미니시리즈 치고는 꽤 긴 6개월의 촬영 기간을 가졌다. 그래서일까. 함께 현장에서 호흡했던 배우들과 깊은 우정과 동료애를 쌓을 수 있었다.
"드라마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어요. 팬 분들의 사랑, 또 사람이요. 친구가 없는 편이었는데 친구가 너무 많이 생겼어요.(웃음)."
송혜교는 배우들을 언급하며 좋은 작품과 함께 너무 잘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먼저 진구에 대해 송혜교는 "과거 '올인'에서 만났다가 오랜만에 만난 이번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 너무 좋다"며 "(진구) 오빠도 행복해 하시더라. SNS도 시작하고"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지원에 대해서는 "너무 예쁘고 나를 잘 따라줬던 착한 동생"이라며 "탄력 받았을 때 좋은 작품 만나 지금보다 더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들을 포함한 다수의 출연 배우들을 일일이 언급했다. 또 "한 번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감사하다"며 힘든 시간을 겪을 수 있었던 이유로 꼽았다.
주변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감사해하는 송혜교의 모습에서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졌다. 또 그런 모습이 지금의 송혜교를 있게한 원동력인 듯 보였다.
사진=UAA 제공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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