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태' 옥시레킷벤키저가 최초 피해자 발생 후 5년 만에 뒤늦은 사과를 했지만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는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인 뒤 보상안을 발표했다.
이날 사프달 대표는 5년 만에 공식적인 발표를 한 것에 대해서 "구체적인 보상안을 마련하느라 지연된 것"이라고 말했다. 옥시는 2014년에 출연한 50억원의 환경보전협회 기금에 50억원을 추가로 출연해 100억원의 기금을조 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과문은 물론 보상안의 내용을 보면 '구체적 준비'라는 설명과는 달랐다. 총 4등급으로 나뉜 피해자들 중 1,2등급에 대해서는 '포괄적인 보상안'만을 언급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지급할 것인지는 "향후 패널을 구성해 논의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3,4단계 피해자에 대해서도 "별도의 인도적 기금 100억원을 조성하겠다"는 막연한 답변만을 반복했다.
이에 격분한 일부 피해자 가족들은 "왜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하지 않고, 언론에 먼저 사과하느냐"며 중간에 단상을 점거해 잠시 기자회견이 중단되기도 했다.
사프달 대표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기자회견 후 개인적인 대화의 시간을 갖겠다고 이야기했다.
다음은 취재진과 사프달 대표의 일문일답이다.
Q. 한국대표로 왔다고 했는데 영국 본사 차원인지, 한국 지사 차원인지 궁금하다.
A. 옥시 한국 법인도 대표하고, 영국 본사도 대표한다. 영국 본사 CEO도 미안하다는 뜻을 자신을 대신해 전해달라고 했다. 우리가 시행할 모든 방안에 대해서 영국 본사에서 지원이 있을 것이다.
Q. 5년 간 언론 인터뷰나 기자회견이 전혀 없었다. 갑자기 연 이유는 무엇인가.
A. 먼저 그 동안 대응을 제대로 못한 것에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렇게 늦어진 이유는 완벽하고 포괄적인 보상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Q. 지금 정부가 파악한 피해자 사망자 숫자가 있다. 옥시 자체적으로 파악한 피해자 수가 있나.
A. 현재 우리도 한국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가 발표한 수치를 사용한다. 집계된 530명의 피해자 중에 옥시 제품을 사용한 1,2등급 판정 피해자는 178명인 것으로 알고 있다.
또 현재 1천명 정도를 대상으로, 3차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옥시 자체적으로 조사하진 않았다. 한국 정부가 한 집계 수치를 기준으로 했다.
Q. 판매된 살균제 갯수는?
A. 2004년 51만개, 2005년 56만 2천개, 2006년 44만 1천개, (2007년 발표 누락), 2008년 20만 9천개. 2009년 23만 4천개, 2010년 31만 2천개다. 그리고 2011년 모든 제품을 회수했다.
Q. 기자회견 앞서 동선 체크를 하는 등 연습하는 것 같았다. 형식적 사과가 아닌가.
A. 저도 아버지이기 때문에 피해자분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잘 알고 있고 가슴이 아프다. 이런 부분에 대해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 오늘 말했듯이 전적으로 제가 책임을 지겠다.
Q. 옥시 레킷벤키저는 기업 이윤을 소비자의 목숨보다 우선하는 기업인가.
A. 우리가 무엇을 하든 과거의 잘못을 완전히 청산할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뭐라도 해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노력하겠다.
1,2등급 피해자에겐 보상안을 제공하고 따로 조성된 인도적 기금 100억원은 다른 등급(3,4등급)의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하겠다. 1인당 보상금액은 피해자들과 논의 후 결정하겠다.
Q. 구체적 보상안 준비하느라 늦어졌다는데 구체적이지 않다.
A. 이번 보상안의 매커니즘은 피해자분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그 분들과 협의해 정할 것이다. 보상안을 정할 패널들은 이해당사자들을 대상으로 7월 중 구성될 예정이다.
Q. 한때 관련 조사에서 증거조작 은폐의혹이 크게 일었다. 또 오늘 보도자료를 보면 일부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하다.
A. 만약에 정말 그렇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우리는 '어떤 잘못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회사 강령에 따라 즉각적 조치 취할 것이다. 또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계속 검찰 수사 협조할 것이다. 영국 본사와 저, 그리고 저희 팀이 책임을 맡고 지침을 짜고 있다.
Q. 2011년에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지금 기자회견을 하는 이유도 전적으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발표를 위해서다. 유한회사로 전환됐다고 책임과 권한이 바뀐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것은 회사가 (금융감독원 등에) 보고해야 하는 내용 정도다.
Q. 레킷벤키저는 본사승인없이 위험성 있는 물질을 전세계의 지사가 알아서 각기 출시할 수 있나.
A. 우리는 제품을 제조할때 세계적 품질 기준을 준수한다. 앞으로도 이런 모든 공정을 감시해서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김상혁 기자 sunny10@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