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 신공항이 무산되자 서병수 부산시장은 "민자라도 유치해 공항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천문학적 개발비가 드는 민자 유치가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민자공항 세계 곳곳서 진행
이전에는 공항이 국가 기간시설로 인정된데다 건설 비용이 엄청나 민간 자본으로 짓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국제 여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투자회사의 자본 규모가 커지면서 민간 자본으로 공항을 건설하는 일이 흔하게 됐다.
'폭발적 항공 수요' 투자 매력
건설비 수조 원 드는 가덕
中·佛 투자자들 관심 높아
부산 상공계도 적극 거들어
규제 해제·장관 승인 난제
실제, 2013년 3월 페루 정부는 페루 남부에국제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공모를 낸 후 6개월 만에 투자자를 유치했다.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도 신규 공항을 짓기 위해 민간 투자를 받고 있다. 인도는 가장 여객이 많은 1~7위 공항 가운데 5곳이 민간 운영 방식을 채택, 세계적 공항으로 탈바꿈했다.일본, 호주, 미국, 캐나다 등도 노후 공항의 시설 확충을 위해 민간 투자를 유치한 뒤 운영권 자체를 민간에 넘긴 경우가 흔하다.
인천국제공항은 각 항공사의 화물터미널이나 정비시설, 급유시설 등에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도해 지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민간 자본을 유치해 공항을 짓거나 공항 운영권을 민간에 매각하는 일은 흔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민자 '가덕 신공항' 가능성은?
2013~2030년 세계 인프라 시장에서 공항 투자는 2조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도로(16조 6천억 달러), 발전시설(12조 2천억 달러), 수도(11조 7천억 달러), 통신(9조 5천억 달러), 철도(4조 5천억 달러)에 이어 6번째로 민간 자본에 인기 있는 아이템이다.
수조 원의 건설비가 드는 가덕 신공항 건설에 군침을 삼키고 있는 투자자도 많다. 특히, 중국과 프랑스 쪽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다.
부산 상공계 역시 신공항 건설에 민간 투자가 추진된다면 적극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이 올라가자 여행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국가 간 물동량도 급증해 이 지역 공항에 대한 투자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 김해공항 여객 실적은 국제선 631만 명, 국내선 607만 명으로 총 1천238만 명이다. 이는 2014년 1천38만 명보다 200만 명 이상 여객이 늘어난 것으로 증가율은 19.3%에 달한다. 활주로 1본만 더 추가된다면 연간 여객수가 4천만 명이 넘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공항은 영업 이익률이 40~50% 수준으로 높아서 매력적이다. 활주로 및 계류장 사용료, 공항 이용료 등 수입원도 다양하다. 부대사업으로 공항 배후 도시를 개발할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민자라면 가덕 신공항은 BOT 방식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BOT 방식은 사회기반시설의 준공과 동시에 해당 시설 소유권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하고, 사업시행자에게 일정 기간 시설관리 운영권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황창용 전 공공투자관리센터 전문위원은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근거해 민간 제안을 통한 BOT 방식이 가장 합리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걸림돌은 없나
민자 유치를 통한 가덕 신공항 건설의 가장 직접적인 문제는 규제다.
현행 법률로는 민자 공항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실현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항공법 제89조에는 공항 개발을 위해서는 공항개발중장기종합계획에 해당 공항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항공법 제94조는 국토교통부 이외의 자가 공항 개발을 시행하는 경우 그 요건을 한정하고 있다.
민간이 공항을 개발하려고 하더라도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 및 기본계획에 부합해야 하고, 시행자가 재무 및 기술 능력이 있다고 인정을 받아야 한다. 모두 국토교통부 소관이다.
국토부 관계자가 22일 "새 공항을 지으려면 국토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근거다.
또 사업시행자가 가덕 신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기반시설(상하수도, 도로, 철도 등)까지 설치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터미널 내 판매시설 및 편의시설 임대비용을 높이면 공항이용료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공항 경쟁력이 약화된다.
부산발전연구원 최치국 선임연구위원은 "민자 유치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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