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얼굴을 비추는 성진우부터 '의리'로 대동단결한 김보성까지. 또 신구 여성 그룹의 멤버들의 등장은 시청자들에게 향수를 자극함과 동시에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26일 방송된 '일밤-복면가왕'에서는 가왕 하면된다의 3연승을 저지시킬 8인의 복면가수들이 듀엣골 대결을 펼쳤다.
이날 유치한 기싸움(?)을 펼치면서 첫 무대에 오른 아이돌과 비디오 여행은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을 선곡했다. 아이돌은 거침없이 내지르는 창법을 보였고, 비디오 여행은 여유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콧소리로 대응했다.
무대를 본 조장혁은 "아이돌의 경우 과거에 노래를 많이 불렀지만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분"이라며 "승패를 떠나 즐기러 나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비디오 여행에 대해서는 "현역 가수"라며 "2절에서 터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1절에서 여유를 부렸다"고 짚어냈다.
투표 결과 비디오 여행이 아이돌을 72대 27, 높은 점수차로 꺾고 2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비디오 여행은 "심장이 떨린다. 2라운드로 열심히 해보겠다"고 전했다.
이어 박상민의 '하나의 사랑'을 부르며 복면을 벗은 아이돌의 정체는 데뷔 23년차 가수 성진우였다. 그동안 방송에 모습을 자주 보이지 않았던 그의 등장에 패널들은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성진우는 "과거 활동 당시에는 표현이 자유롭지 못했다.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를 내세웠기 때문"이라며 "'복면가왕'에서는 가면을 쓰고 마음대로 행동하니까 너무 재미있더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요즘에는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며 "편안한 이미지를 주는 가수가 되고싶다"고 바랐다.
두 번째 대결에서는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팜므파탈, 청아한 보이스의 컴백홈이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를 선곡해 여성 듀엣 대결을 펼쳤다.
유연석은 "두 사람은 잘하는 노래의 기준점을 한단계 높인 것 같다"고 말한 뒤 "팜므파탈은 필과 테크닉을 다 갖춘 실력자"라고 평했다. 또 컴백홈에 대해서는 "정말 좋은 실력을 가졌지만 너무 큰 상대를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결과도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팜므파탈은 컴백홈을 78대 21로 꺾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분투했지만 강력한 상대로 인해 탈락한 컴백홈의 정체는 걸그룹 우주소녀의 리더이자 래퍼 엑시였다. 엑시는 서주경 '당돌한 여자'를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소화하며 박수 받았다.
엑시는 "원래는 랩 이전에 보컬을 담당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성대결절이 와서 랩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나도 목을 다치지 않았더라면 노래를 할 수 있었을텐데라고 항상 생각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복면가왕'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이어진 대결에서는 흑기사와 여인이 남녀 듀엣곡 대결을 벌였다. 두 사람은 이승기 김연아의 '스마일 보이'를 선곡해 기분이 좋아지는 상큼한 목소리를 선보였다. 투표 결과 세 번째 2라운드 진출자는 흑기사였다. 그는 여인을 86대 13, 엄청난 투표차로 꺾고 다음 무대로 올랐다.
여인은 탈락 무대에서 페이지의 '이별이 오지 못하게'를 선곡, 안정된 호흡과 청아한 음색을 보였다. 이윽고 가면을 벗은 여인은 그룹 클레오 출신 멤버이자 '야구 여신' 공서영이었다.
공서영은 "(클레오 이후) 8년 만에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올랐다"며 "사실 이 무대를 꼭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우리 아버지의 꿈도 가수였다. 아빠를 떠올리면 나를 앉혀놓고 노래를 가르쳐주시는 모습이 생각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초등학교 때 돌아가셨다. 한 번 정도는 멀리서라도 나를 보고 뿌듯해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마지막 대결에 나선 찌빠와 오스카는 박명수의 '바다의 왕자'를 선곡해 여름에 어울리는 무대를 꾸몄다. 김현철은 "찌빠는 노래를 부르는 시종일관 머리를 흔든다"며 "노래방에서 많이 놀아본 친구(?)"라고 추측해 웃음을 자아냈다. 오스카에 대해선 "목소리가 미성이다. 015B의 이장우 씨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노래를 아주 잘하시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변은 없었다. 오스카는 찌빠를 65대 34로 누르고 2라운드 진출해 성공했다. 탈락 무대에 오른 찌빠는 S.PAPA의 '참 다행이야'를 선곡해 우렁찬 목소리로 무대를 꾸몄다.
노래 중반부부터 본색을 드러낸 찌빠의 정체는 예상대로 방송인 김보성이었다. 김보성은 "마초적인 이미지 때문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러나 사실 누구보다 눈물이 많고 정이 많다"며 "나의 여린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는 출발점이 된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사진='복면가왕' 방송 캡처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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