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갓경규' '킹경규'다.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카리스마와 예능감만 갖춘 줄 알았더니 후배들 마저 충성케 하는 힘을 가졌다. 하지만 그저 고분고분 말을 잘 듣기만 하면 재미 없지 않은가. 이경규를 향한 후배들의 반란이 일어 더욱 즐거움을 안겼다.
29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는 '킹경규와 네(4) 제자들' 특집이 꾸며져 방송인 이경규, 이윤석, 유재환, 윤형빈, 배우 한철우가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B급 방송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드러낸 이경규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주절주절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는 윤형빈에게 "예전에는 그만하라고 했지만 지금은 시끄럽다고 말한다"고 말하는 등 처음부터 못말리는 입담을 과시했다.
이윤석은 이경규의 못말리는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피해자이자 충성스러운 후배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이윤석은 "리모콘 가져오라는 심부름을 한 적이 있다"면서 "보통 리모콘을 가져다주면 알아서 버튼을 누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경규 선배는 저에게 소리를 올려라 줄여라, 이거 틀어라 말아라 시키더라"고 말했다. 이에 이윤석은 김구라와 규현으로부터 "나중에 아들이 아버지가 그러는 거 싫다고 하면 어떡할 거냐"는 질문을 듣고 동공지진했다. 하지만 이경규는 "아이도 같이 시키면 된다"고 농담했다.
한동안 이경규의 양 옆을 지켰던 이윤석, 윤형빈을 제치고 새로운 오른팔로 떠오른 사람은 배우 한철우다. 한철우는 용인에서 살다가 최근 이경규가 살고 있는 논현동으로 이사했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한철우는 "이경규 선배의 집과 15분 거리"라며 "일주일에 5일을 만난다"고 말했다.
또 한철우는 "이경규와 영화를 많이 본다"면서 "많이 보면 한 번에 네 편을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영화 '곡성'을 봤다"며 "집까지 걸어가는 40분 동안 영화 품평회를 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씹었다"고 폭로했다.
이경규는 "'곡성' 이상하지 않냐"고 거들었다. 그는 "영화에 일본어를 통역하는 친구가 나온다"며 "처음엔 일본어가 미숙했는데 갑자기 후반부에 일본어를 굉장히 잘한다. 개연성이 없다는 걸 지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경규는 "극 중 개가 달려드는 장면은 있지만 개의 바스트를 찍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철우는 "저는 '곡성'을 재밌게 봤다"면서 "그런데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이경규 선배의 이야기를 계속 듣다보니 '재미가 없나?' 싶을 정도로 현혹이 되더라. 결국 '재미가 없다'가 되어버렸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윤석, 한철우, 유재환, 윤형빈 등이 이경규의 '규라인'이 된 계기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 중에서도 이윤석은 '규라인'이 된 계기에 대해 "해외 촬영 당시 이경규 선배가 숙소로 나를 불렀다"면서 "나에게 '평생 너의 비밀 언덕이 되어주겠다. 나와 손을 잡겠느냐'고 했다. 그래서 덥석 잡아버리고 말았다"고 밝혔다.
훈훈하기만 할 줄 알았지만 유재환, 한철우, 윤형빈은 이경규 폭로전에 돌입했다. 이는 그야말로 이날 방송의 '꿀잼' 포인트. 유재환은 이경규의 평소 행동을 따라하면서 "화내기 전에 안경을 벗고 얼굴을 쓰다듬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는 윤석이 형님처럼 그저 물을 마시다가 혼난 적이 있다"며 "물을 마실 때 한 병을 원샷했다. 그랬더니 이경규 선배가 '너는 무슨 방송 중에 원샷을 하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저는 '선배님도 방송 중에 약 드시잖나. 약이랑 물이랑 같은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선배는 쌩뚱맞게 예림이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한철우도 거들었다. 한철우는 "하루 종일 한 끼도 못 먹고 선배를 만난 적이 있다"면서 "식당에 갔는데 전복 버터구이가 나왔다. 자취하면 전복과 버터를 먹기가 힘들다. 그런데 둘 다 같이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중요한 얘기를 하시는데 얘기를 듣지도 않고 이를 흡입했다"며 "그랬더니 안경을 벗고 '야, 너 뭐야. 내가 너 처먹으라고 불렀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한철우는 "그 뒤로 노하우가 생겼다. 몸을 가까이 다가가 경청하는 척을 하면서 술잔을 꺾을 때 먹으면 된다. 그러면 들통도 안나고 관계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경규 저격수 윤형빈은 마지막 한 방을 준비했다. 윤형빈은 "이경규 선배가 SNS 하는 걸 싫어하셨다"면서 "저한테 왜 SNS를 하냐면서 '나랑 소통해'라고 말하셨다. 그런데 며칠 뒤 SNS를 개설하셨더라"고 말했다.
윤형빈의 폭로는 이어졌다. 윤형빈은 "이경규에게 감동 받은 순간이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방송에 철학을 담으려고 한다는 것"이라면서 "어느 날 술자리에서 '오늘 녹화 별로야'라고 하셨다. 출연자가 얼굴을 다 고치는 건 별로지 않냐고 하시면서 방송인들은 늙어가는 모습까지 방송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정확히 2주 후 '남자의 자격' 녹화 때 이경규 선배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더라"면서 "이경규 선배가 '너무 좋아. 여기 두 방 때렸잖아. 연예인은 관리를 해야 해'라고 말하면서 보톡스 맞은 것을 자랑하고 있었다"고 덧붙여 폭소케 했다. 이들의 특급 입담은 다음주까지 이어진다.
사진=MBC '라디오스타' 방송 캡처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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