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51·구속기소)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 연루돼 검찰에 출석한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16시간 넘게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2일 새벽 귀가했다.
이날 오전 2시20분께 조사실에서 나온 신 이사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모든 걸 검찰에서 다 말씀드렸다"고 짧게 답하고서 준비된 승용차를 타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전날 오전 9시 30분께 배임수재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신 이사장을 소환했다.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그는 오너 일가 구성원 중 검찰에 불려나온 첫번째 인물이다.
검찰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정 전 대표로부터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과 매장 관리에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2012년부터 작년까지 10억∼20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외에 다른 화장품 업체와 요식업체 등에서도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아들 장모씨 소유의 명품 수입·유통업체 B사를 실질 운영하면서 장씨를 비롯한 자녀들에게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겨줬다는 의혹도 조사했다.
신 이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나 의혹을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이나 부당 내부거래 의혹 등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게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이사장은 지난 40년 간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를 비롯해 롯데쇼핑, 롯데건설, 대홍기획 등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경영에 관여해왔다.
현재 롯데그룹 경영 비리 수사는 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가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사 내용을 토대로 구속영장 청구를 포함한 신병 처리 방향과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상황에 따라 추가 소환 가능성도 열려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