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어업환경 훼손과 연안 오염 등으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경남 남해군 남해읍 선소항 일대 '잘피' 군락이 최근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마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시작했던 '잘피 이식'사업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남해군은 최근 남해읍 선소리 선소항 인근 연안에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잘피 군락지'가 최근 주민들에 의해 확인됐다고 5일 밝혔다.
남해읍에서 동쪽으로 2∼3㎞ 가량 떨어진 선소항 일대 2㏊ 연안바다에는 키 3m 이상 된 잘피 수천개체가 생장 중이다. 이 곳의 잘피 서식지는 지난 70~80년대 피조개 양식장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잘피 군락지가 대부분 사라졌다. 이에 2013년 6월부터 선소마을 류종범(68)이장의 제안으로 마을 사람들은 인근 설천면의 문항 앞바다 일대에 서식하는 잘피 50, 60 개체를 가져와 선소항 일대에 이식하기 시작했다.
잘피 이식을 주도했던 류종범 이장은 "피조개 양식장이 들어서면서 예전에 마을 앞바다에 무성했던 잘피 군락지까지 무리하게 행망 작업을 하는 바람에 많은 잘피가 사라졌다"며 "설천면 문항 앞바다에 잘피 서식지가 많아 우리 마을 앞바다에도 이식을 해 옛 모습대로 되살려 보자는 제안을 해 마을 청년회원 2 명과 이식 작업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역 생활하수처리시설이 완비돼 연안 오염원이 자연스럽게 없어지고 선소항 바다 환경이 되살아나면서 3년전에 이식했던 잘피가 어른 키 이상 자라났고, 점차 자체 번식을 통해 서식 면적도 확대되는 등 군락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 목격되고 있다"고 전했다.
'진저리'라고도 불리는 잘피는 바다를 정화하고 각종 중금속 등의 수질오염원을 막아주는 자연 정화장치 역할을 한다. 잘 형성된 잘피 밭은 어린 물고기의 안식처이자 어미 물고기들에게는 산란장 역할을 하고 적조도 예방한다. 어민들에게는 과거 먹을 것이 귀하던 동네 아이들의 훌륭한 간식이었고, 물속에서 보면 바람이 부는 대나무 숲처럼 바다 물결에 따라 춤을 추듯 이리저리 움직여 건강한 바다 생태계의 상징이기도 하다.
남해군 관계자는 "되살아나기 시작한 선소항 잘피 군락지가 이 지역 바다의 수산자원 증식에 따른 어민 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친환경 바다생태계 복원으로 인한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선규 기자 sunq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