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이 천만 축포를 쏘았다. 역대 18번째, 한국영화로는 14번째 천만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또 ‘베테랑’ 이후 약 1년 만의 천만 영화다.
‘부산행’은 지난달 20일 정식 개봉 후 19일 만인 7일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물론 개봉 전 대규모 유료 상영 등 ‘변칙개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개봉 후 며칠 만에 달성’이라는 의미는 다소 퇴색됐다. 어찌 됐던 ‘부산행’은 여전히 흥행 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어디까지 관객을 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부산행’의 천만 돌파는 충무로에 여러 의미를 던지고 있다. 국내 상업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좀비를 소재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디테일한 인간 심리와 메시지, 완성도 높은 비주얼 등이 올여름 대중을 사로잡았다. 또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안소희 김의성 등 주요 출연진에게 ‘천만 배우’라는 하나의 훈장을 수여했다.
특히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돼지의 왕’ ‘사이비’ 등 독립 애니메이션을 연출했던 그는 첫 번째 실사 연출작으로 천만 흥행을 일구는 기적을 보여줬다.
# 좀비
좀비는 국내 영화판에서 보기 힘든 소재다. 당연히 ‘부산행’ 이전에는 흥행을 이야기할 만한 작품도, 기억에 남을 만한 것도 없었다. 그런 점에서 ‘부산행’의 천만 흥행은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좀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토대를 어느 정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연상호 감독은 본보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좀비 영화를 안 하셨던 분은 후회할 수도 있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사실 국내에서 좀비 소재의 영화는 그리 대중적이지 못 했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워Z’를 제외하곤, 딱히 흥행작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물론 ‘웜 바디스’ ‘28일 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곤 있지만, 폭발적인 흥행을 보여주진 않았다.
특히 좀비, 그 자체는 국내 영화보다는 할리우드 또는 해외 영화에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국내 영화와 좀비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셈이다.
하지만 ‘부산행’은 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재난 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으로 풀어냈다. 우려했던 좀비 비주얼과 표현에서도 어색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전 연령층을 겨냥할 수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내세우면서 폭넓은 관객층을 흡수했다.
# 애니메이션
지금까지 천만 영화를 돌파한 한국 영화는 ‘부산행’까지 총 14편이다. 이 중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은 연상호 감독이 유일하다. ‘변호인’ 양우석 감독이 데뷔작으로 천만 흥행을 달성했지만, 연 감독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돼지의 왕’ 등 사회 비판적 메시지가 강한 독립 애니메이션을 연출했던 연 감독은 ‘부산행’이 첫 실사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애니메이션 감독이 실사 영화 데뷔작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다는 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로 눈을 넓혀도 드문 경우다. 이전에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리고 '돼지의 왕'으로 칸 영화제 감독주간을 다녀왔던 연 감독은 '부산행'으로 다시 한 번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를 통해 지난 5월 칸 영화제부터 대중적 관심을 모을 수 있었다.
# 공유 정유미 마동석 김의성 등 모두가 천만
공유의 인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흥행적인 수치만 놓고 봤을 땐 어딘가 부족했다. 영화 속에서 점점 부성애를 드러내는 석우 역을 맡은 공유는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천만’이라는 흥행을 맛봤다. 사실 500만 이상 흥행도 처음이었던 그다.
공유 외에 주요 출연진 모두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가진 정유미, ‘마요미’로 불리는 마동석,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 안소희, ‘거인’을 통해 충무로의 신성으로 떠오른 최우식 그리고 김의성까지, 모두 첫 천만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사진=레드피터 제공
황성운 기자 jabo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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