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이 독일을 여행 중에 언어 소통 때문에 2주동안 감금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발생했다.
8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중국에서 온 31세 남성 배낭여행객 L씨는 지난달 4일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지갑을 도난당해 도움을 요청하고자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라고 생각하고 들어간 곳은 시청이었고, 독일어와 영어가 모두 통하지 않았던 L씨는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공무원들의 지시에 따라 난민 신청서를 작성했다.
이후 그는 하이델베르크에서 360㎞ 떨어진 뒬멘에 있는 한 난민센터로 보내졌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L씨는 말끔한 옷차림을 유지했고, 다른 난민들에게도 자신의 여행담을 이야기하는 등 일반적인 난민과 다른 행동을 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한 난민센터 직원이 인근 중국 음식점에 L씨와의 통역을 요청했다.
중국 음식점에서 동원한 통역사와 스마트폰 통역 앱의 도움으로 "외국 여행을 가고싶다"고 말하는 L씨와 의사소통에 성공했다.
독일은 그제서야 실수로 12일동안 L씨를 난민으로 감금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L씨의 사건은 독일의 관료주의가 만들어낸 사고였다고 주장한다.
적십자사 직원 크리스토프 슐뤼터는 "중국 관광객이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독일의 관료주의 정글에 12일간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사건당사자인 L씨는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내가 생각한 유럽이 아니었다"는 말을 남기고 프랑스 등으로 떠났다고 한다.
이동훈 기자 l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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