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축구 본선에 참가한 16개국 중 젊은 팀 중 하나로 꼽힌다.
18명의 선수 최연장자가 만 25세인 장현수(광저우 푸리)와 석현준(FC포르투)이다. 나머지 와일드카드인 손흥민(토트넘)은 23세 이하(U-23) 규정을 아슬아슬하게 넘긴 만 24세다.
와일드카드 선수를 2명만 선발한 온두라스 같은 국가도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3명까지 선발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를 팀의 약점을 보완할 기회로 이용한다.
한국과 같은 조였던 멕시코는 32세의 노장 오리베 페랄타(클럽 아메리카)를 와일드카드로 선택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후배들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건 페랄타가 2회 연속 와일드카드로 발탁된 것은 어린 선수단의 경험 부족을 보완하고,리더십을 세우기 위해서다.
일본도 30세인 노장 공격수 고로키 신조(우라와 레즈)를 선택했다.
그러나 한국은 노장을 선택하지 않았다. 팀 워크 때문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11일(한국 시간) "와일드카드를 뽑을 때 경험이 훨씬 많은 선수를 뽑을 수 있었다. 그러나 조금 더 형과 친동생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노장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을 선수단에 포함할 경우 위계질서가 엄격해지고, 선수단의 분위기가 경직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대표팀의 분위기는 역대 어느 대표팀보다도 화기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배 선수들이 대표팀의 주장인 장현수에게 "형은 이미 군대도 면제인데 올림픽에서 열심히 뛰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짓궂은 농담도 스스럼없이 던질 정도다.
대표팀의 막내인 황희찬(잘츠부르크)은 석현준에 이어 손흥민과 같은 방을 쓰고있다. 황희찬과 손흥민은 골 세리머니도 함께 준비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됐다.
와일드카드 선수들이 동생들의 장난을 받아주는 형 역할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손흥민과 석현준, 장현수는 대표팀 공수의 핵심이다.
석현준은 조별리그 3경기 연속 후반에 교체 출전했지만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3골로 팀 내 공동 최다 골이다.
손흥민도 2골을 기록하고 있다.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해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던 피지전에만 후반에 교체 출전했고, 이후 2경기엔 선발 출전하면서 팀의 공격을이끌고 있다.
장현수는 신태용호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수비진의 구멍을 메우고 있다. 처음 2경기에선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고, 최규백(전북)의 부상으로 최종 수비라인에 구멍이 생기자 멕시코전에선 센터백으로 활약했다.
나이가 아닌 실력으로서 와일드카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와일드카드 선수들의 활약은 8강전을 앞둔 대표팀의 2회 연속 메달 획득 목표 달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리우데자네이루=배동진 기자 djb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