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사극대전 ①]닮은 듯 다르다, '달의 연인' vs '구르미 그린 달빛'

입력 : 2016-08-31 08: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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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방송사.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가 베일을 벗었다. 동명의 중국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라는 점과 청춘 스타들의 총출동으로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으기 충분했다.
  
퓨전 사극이라는 같은 옷을 입은 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과의 비교 경쟁은 필연적이다. 엉뚱함과 웃음이 담긴 전개로 본격적인 월화드라마 경쟁의 막이 올랐다. 
 
■ 뻔하지 않은 타임슬립
 
'구르미 그린 달빛'이 홍라온(김유정)의 입궐기를 그리고 있다면, 29일 첫 방송된 '달의 연인'은 타임슬립으로 포문을 열었다.
 
자신을 배신한 세상이 미워 한탄을 계속하던 고하진(아이유)은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다 개기일식을 계기로 시간을 거슬러 고려 시대에 떨어지게 된다. 
  
한 순간에 태조 왕건의 8황자 왕욱(강하늘) 아내 해씨(박시은)의 육촌동생 해수로 태어난 그녀는 영혼과 육체의 이질적인 모습으로 흥미와 웃음을 다 잡았다.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잠시, 해수에 적응하기 위해 억척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아이유의 연기가 인상깊다. 이준기 홍종현 강하늘 남주혁 등 여덟 황자들과 펼칠 로맨스, 갈등이 극을 끌어가는 주요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연출을 맡은 김규태 PD는 "타임슬립만이 강조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시공간을 초월한 운명적 만남에서 아름다운 사랑과 슬픔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 한날 한시 그려지는 고려시대 vs 조선시대
 
결을 함께하는 청춘 사극이지만, 시대는 다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이 조선 시대를 그린다면, '달의 연인'은 고려를 배경으로 한다. 역사드라마의 성격은 옅지만, 시대적 특징을 비교하며 지켜본다면 더욱 흥미롭지 않을까.
 
19세기 세도정치 시기를 그리는 '구르미 그린 달빛'은 왕(김승수)이 등장한다. 홍경래의 난이 일어난 시기를 미뤄볼 때 순조 시기다. 안동 김씨, 풍양 조씨 등 소수 가문에 권력이 집중되고 왕권이 약화되는 때다.
 
순조의 아들 이영(박보검)은 살아만 있었어도 조선 24대 왕이 될 수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각혈로 죽음을 당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살아생전 뛰어난 예술적, 문학적 재능을 지녔던 이영을 그릴 박보검의 모습이 주목된다.
 
'달의 연인'은 고려 건국 초기, 태조 왕건의 황자들이 그려가는 이야기다. 특히 남주인공 이준기는 고려 4대 왕 광종이 될 운명인 4황자 왕소로 분하는데, 광종은 개국공신의 척살자다. 그가 어떤 광종을 그려낼 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에 앞서 왕요(홍종현)는 3대 왕 정종으로 즉위하기 전 왕권을 놓고 왕소와 경쟁하게되는 만큼, 해수를 두고 펼칠 경쟁구도도 기대해볼 수 있다.
 
■ '양날의 검' 사전제작, 독일까 득일까
 
제작 시스템도 극명하게 갈렸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제작되는 '구르미 그린 달빛'에 반해, '달의 연인'은 100% 사전제작드라마다. 작은 부분의 편집 작업이 남아있지만, 사실상 완제품에 가깝다.
 
앞서 다양한 사례로 증명됐듯 사전제작 시스템은 장단이 분명하다. 시청자들의 반응과 조언을 듣고 디테일한 부분을 고쳐나갈 수 있는 일반적인 형태와 다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제작이 완성되는 순간 성패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는 시청자들의 선택만 남았다. 초반에는 '구르미 그린 달빛'이 기선을 제압했다. 다만 색다른 포인트가 있는 만큼 어떤 작품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SBS, KBS2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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