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15주년 일주일 뒤에 뉴욕 맨해튼 번화가 한복판에서 발생한 폭발사건으로 미국인들이 끔찍한 공포를 다시 떠올렸다. 미국 수사당국은 테러라는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과거 테러의 특색이 이번 사건의 정황과 일부 겹치면서 불안을 키우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오후 8시 30분께 맨해튼 남서부 첼시 지역 도로변에서 굉음을 동반한 폭발이 발생해 최소 29명이 다쳤다.
이 지역은 거주 시설은 물론 식당과 지하철역, 상점, 갤러리 등이 밀집한 곳이다.
인근 아파트 주민인 J.B. 룬드(73) 씨는 "귀청이 찢어질 것 같은 소리였다"며 "폭탄이 터지는 소리 같았고 곧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콜로라도 주에서 왔다는 루크 매코넬 씨는 인근 식당으로 가다가 폭발을 목격했다.
그는 "엄청나게 큰 소리가 들렸고 울림이 느껴졌다"며 "그리고 나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불길은 없었고 연기뿐이었다"고 전했다.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는 한 목격자는 "엄청난 폭발을 느꼈다. 번개가 건물을 때리고 땅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며 "식당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거리로나왔다"고 NY1 방송에 말했다.
이 지역에 거주한다는 그는 평온한 일상에 폭발 사건이 침투했다는 점 때문에 더 큰 두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내가 날마다 지나다니는 길이고, 관광 명소도 아니다"라며 "그게 무서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경비원은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났다. 천둥보다 더 큰 소리였다"며 처음에는 커다란 무언가가 떨어진 줄 알았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폭발음이 허드슨 강 건너편인 뉴저지 주의 호보컨에서도 들릴 정도였다는 글도 올라왔다.
몇 시간 뒤 네 블록 떨어진 27번 도로에서는 전선과 휴대전화기가 연결된 압력솥이 발견돼 수색이 이뤄지고 있다.
경찰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창가에서 떨어져 있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2013년 4월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못이 담긴 압력솥 폭탄 두 개가터져 2명이 숨지고 260여 명이 다친 바 있다.
압력솥은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이 특별한 비용이나 기술 없이 만들 수 있는 급조폭발물의 재료이며 미국 안보당국도 이를 각별히 경계하고 있다.
미국 시민들은 최근 세계 각지에서 극단주의 테러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9·11테러 15주년을 앞두고 적지 않은 우려를 드러냈다.
CNN방송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무려 50%가 올해 9월 11일 전후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선전물을 통해 서방 주요 도시를테러의 표적으로 지목할 때마다 뉴욕의 이름이나 이미지를 따로 부각해왔다.
사건이 모두가 방심하고 운집해 여유를 만끽하는 주말 밤 도심 번화가에서 발생한 사실도 공포를 더욱 키웠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대형 테러 사건들은 주말이나 휴일에 무방비 상태의시민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 사건이 대표적이다.
테러가 벌어진 날은 금요일 밤이었고 축구장, 콘서트장, 식당가에서 주말 밤을 즐기던 사람들이 희생당했다.
지난 7월 프랑스 남부 휴양 도시 니스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도 공휴일인 프랑스대혁명 기념일에 발생했다.
테러범은 해변에서 축제를 즐기던 군중을 겨냥해 트럭을 몰고 돌진해 80여 명이숨졌다.
같은 달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인질 테러도 외국 공관이 밀집해 서양 관광객이 많은 식당가에서 금요일 밤 벌어진 사건이다.
독일 뮌헨에서도 금요일 저녁 도심 상업 중심지에서 외식하거나 쇼핑을 하던 주민들이 총기 난사에 희생됐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도 지난 6월 토요일 밤에서 일요일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에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수십 명이 죽거나 다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