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모내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추수와 탈곡을 기대하고 있죠.”
'헤븐'(Heaven) ‘소원' 등의 히트곡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 김현성이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오랜 공백을 뒤로하고 다시금 황금빛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 나선 것. 최근 김현성이 발표한 신곡 ‘리즈시절’ 또한 이러한 그의 마음을 잘 담아내고 있다.
찬란했던 과거를 곱씹으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 지금이 자신의 리즈시절(전성기)이라 생각하며 살아가고자 한다.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 모내기를 시작한 김현성의 마음가짐이다.
“‘내가 이전에 어땠어’라고 얘기하는 건 ‘꼰대’같다고 생각했어요. 그것보다 지금의 나는 어릴 때보다 더 성숙해져 있고, 더 편안하고 여유롭잖아요. 그래서 지금이 나의 리즈시절이라 생각해요.”
■ 돌아온 가수, 김현성
김현성은 지난 2005년 발표한 정규 6집 앨범 ‘로미오의 마음’을 발표한 이후로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그 사이 싱글 앨범 두 장을 발표하긴 했으나 10년이란 시간 동안 김현성은 모습을 감췄고, 대중은 그를 기억 속에 묻어두었다. 이를 끄집어낸 것이 지난해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이다.
방송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김현성은 녹슬지 않은 노래 실력은 물론 방부제 동안 미모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고, 대중의 부름을 받아 가요계 컴백을 계획했다. 이에 지난 6월 발표한 연작 시리즈 ‘더 레드’(The Red)의 첫 싱글 ‘더 레드’를 발표했다. 연작 시리즈는 네 개로 기획, 이번에 발표한 ‘리즈시절’은 그 두 번째다.
김현성은 “꾸준히 활동한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에 연작 시리즈를 계획했다”며 “그간 오래 쉬었기 때문에 다시 갑자기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더라. ‘잠적의 아이콘’이 돼 버렸다. 그래서 스스로 책임감을 갖기 위함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작 시리즈 타이틀을 ‘더 레드’라고 붙인 이유에 대해서는 “고즈넉한 이름이 아니었으면 했다”며 “강렬한 임팩트를 주고자 했다. ‘더 레드’에 의미를 붙이자면 ‘열정’이 아닐까 한다”고 웃었다.
■ 몸이 기억하는 무대
김현성이 가요계를 떠나 있을 때는 대학원 공부를 비롯해 글쓰기에 집중했다. 무언가에 몰두한 시간 동안에는 무대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하지만 김현성은 “가끔 음악 방송 프로그램을 볼 때 문득 무대가 생각나곤 하더라”고 털어놨다.
또 김현성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 이에 대한 기쁨과 귀함은 오랜 공백이 가져다 준 깨달음”이라면서 “잊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몸이 기억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를 알게 해준 것은 지난 5월 개최한 김정훈과의 듀엣 콘서트 ‘지극정성’이다.
10년 만에 컴백을 선언한 김현성은 첫 공연으로 김정훈과의 듀엣 콘서트를 펼쳤다. 김현성에게 그 어떤 무대보다도 떨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콘서트에서 김현성이 “‘저 노래할게요’라고 말씀드리며 출발하는 자리”라고 말했던 것처럼, 대중에게 그의 새로운 시작을 조심스레 알리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 앞에서 리즈시절의 김현성으로 돌아갔다. 순전히 무대를 몸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긴장을 정말 많이 했어요. 하지만 공연을 진행하면 할수록, 예전의 기억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자연스럽게 공연을 하고, 나중에는 무대가 편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어요. 그리고 깨달았죠. ‘아, 내가 노래하던 사람이구나’라고요.”
■ 김현성, 계속 할 도전
“새로 시도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처음 시작 할 땐 뭘 해야 할지 모르고 부담도 됐고, 헤매기도 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열심히 해서 못할 건 없다는 걸 알았어요. 낯선 분야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을 거듭한 김현성의 말이다. 가수로서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김현성이 오랜 기간 동안 작가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지금은 교수로서 학생들의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웹드라마 ‘4월애(愛극)’ 극본 집필은 물론 연출까지 해냈다.
김현성은 정착하고, 안주하는 삶을 살고 있진 않다. 이것들 또한 그에게는 모두 “배움의 계기”가 됐다. 김현성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라면 어떤 것이든 도전해보고 싶다. 주접이 아닌 이상”이라며 웃었다.
정상의 자리에서 안주하면서 살던 김현성이 아닌, 끊임없이 노력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김현성이기에 지난 10년의 세월을 메우고 다시 감동을 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에겐 두려움도 먼 나라 얘기인 듯 하다. 공백이 가져다 준 두려움을 떨치고, 모내기를 끝마친 김현성이 탈곡이라는 행복한 결과물을 껴안길 기대한다.
“시도를 한다는 건 그만큼의 책임감을 갖는다는 걸 뜻하죠. 나이가 있다 보니 실패한다면 타격이 클 거예요. 하지만 두려움을 갖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욕 먹을 각오도 하고, 무식하게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무모하게 부딪혀도 보고, 도전해서 실패한다면 조금 움츠렸다가 다시 또 해보면 되는 거로 생각합니다. 제일 중요한 건 사고치지 않고, 성실하게 하는 거고요.”
사진=DB, 마스이엔티 제공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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