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573> 김천 백마산
입력 : 2016-10-26 19:11:57 수정 : 2016-10-28 10:08:28
단풍으로 옷 갈아입는 가을 산, 설렌다
김천 고당산에 오르다가 헬기장에서 불쑥 가을과 마주쳤다. 억새가 하늘거렸고, 싸리나무와 떡갈나무, 밝나무, 단풍나무는 저마다의 색깔로 가을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었다.김천 백마산(716.2m)은 금오지맥의 중심에 우뚝 솟은 산이다. 금오지맥은 수도산 서봉에서 갈라져 감천이 낙동강에 합류하기 직전인 구미시 선산읍과 고아읍을 잇는 선주교 앞에서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81.4㎞의 산줄기. 백마산 구간의 금오지맥은 경북 성주군과 김천시의 경계를 이룬다. 바야흐로 백마산은 백두대간에서 남하하는 가을의 기운을 물씬 받아 울긋불긋 화려하게 몸단장을 하고 있었다.
■고당산 오르며 준비 운동
경북 김천에서도 오지라고 하는 농소면을 찾았다. 성주군 벽진면과 경계를 이루는 이곳은 최근 국방부의 사드 배치 후보지로 시끄러운 초전면과도 가깝다. 그런 때문인지 산행 출발지이자 도착지인 봉곡2리 사실 마을 곳곳에 '사드 배치 결사 반대'라는 구호가 보였다. 조용하던 산골이 어느새 논란의 중심지가 된 것이다.
마을 어귀 교통량 조사하는 아주머니
부산서 왔다니까 선뜻 단감 건넨다
주막 막걸리 맛 좋아 붙였다는 별미령
산부추꽃, 용담꽃 예쁘게 피어 있네
백마산은 아는지 모르는지 금오지맥을 따라 낙동강을 향해 힘차게 달리는 자세다. 산의 이름이 흰말 같다고 백마산이라고 부른다는 설이 있다. 백마산만 오르는 것은 거리가 짧기에 인근 고당산(603.5m)을 준비 운동 삼아 오르기로 했다.
백마산 산행은 사실 마을(봉곡2리)에서 출발하여 마을 안길 벽봉로를 따라 오르다가 과수원 진입~폐헬기장~487봉~고당산 갈림길~헬기장~고당산~갈림길~별미령에 내려섰다가 679봉으로 올라 백마산~전망 바위~봉곡·노곡 갈림길~627봉~고방사 갈림길~고방사~사실 마을까지 12.2㎞를 6시간 40분가량 느긋하게 걸었다.
보통 주말 산행을 하는 사람은 고방사로 백마산에 올랐다가 그대로 내려오거나 별미령에서 시작하여 고방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많이 잡는다고 했다.
사실 마을 어귀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서 교통량 조사를 하던 마을 아주머니 한 분이 어디서 왔느냐며 묻고는 부산서 왔다니 단감을 선뜻 건넨다. 한 개만 받아 돌아서는데 사람이 세 명인데 감 하나로 감당이 되겠냐며 두 개를 더 얹어준다. 마을을 온통 뒤덮고 있는 사드 배치 반대 구호의 단호함과 어울리지 않게 인심이 넉넉했다.
백련사를 지나 마을 안으로 진입하는 벽봉로를 따라 작은 고개에 오르다 보면 고갯마루 못 미쳐 왼쪽 매실 과수원에 산길이 뚜렷하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데 산행 초입은 묵은 밭이어서 길이 다소 희미하지만 능선을 고집하면 통과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앞서가던 황계복 산행대장이 올무에 걸리는 희한한 일도 있었다.
 |
| 약수가 유명한 고방사의 물맛은 그윽했다. |
■별미령에서 입맛 다시다묵은 헬기장을 지나 487봉까지는 길이 뚜렷하다. 제법 단풍도 빨갛고 노랗게 물들고 있다. 고당산 갈림길인 금오지맥에 도착했다. 고당산을 다녀오기 위해서는 오른쪽 오름길을 택해야 한다. 왼쪽으로 가면 바로 별미령으로 하산하게 된다.
송이 움막은 이미 철거했다. 수확이 끝난 모양이었다. 쓰레기를 치우러 군 산림과에서 왔다는 이들을 만났다. 송이 철에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헬기장에 모았다고 했다. 헬기장에 가 보니 포대가 십 수 개나 되었다. 작은 솥단지도 있었다. 동행한 건건산악회 김태영 전 회장이 "저런 솥은 어릴 때 엿 바꾸면 최고로 쳐 줬다"고 아쉬워했다. 마을에서 얻은 단감을 먹었다. 달콤하고 시원했다.
금방 도착할 줄 알았는데 고당산까지는 제법 걸렸다. 헬기장에서 고당산까지는 단풍이 짙었다. 주변보다 지대가 높아 단풍이 빨리 찾아왔다. 경치가 좋았다.
 |
| 노랗게 물든 싸리나무 단풍. |
고당산에서 되돌아 나와 헬기장에서 주변 조망을 보려고 했으나 금오지맥 빌무산만 어렴풋하게 보일 뿐 연무에 가려 조망이 좋지 않았다. 어느새 아까 지나왔던 갈림길에서 별미봉으로 이른 하산(?)을 한다.
잣나무 숲을 지나니 별미령(別味嶺)이 보인다. 별미령은 옛날 성주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 이곳에 주막이 있었는데 막걸리 맛이 일품이라고 하여 별미령이라 불렀단다. 임진왜란 때 불타기 전 옛 고방사의 약수도 이름이 났는데 이 일대는 수질이 좋은 모양이었다. 별미령에 작은 주막이라도 하나 있으면 그만이겠다. 현재 별미령에는 벽진(碧珍)이라는 비석이 우뚝 서 있었다. 벽진 이씨의 시조 이총언은 신라 말 이곳 벽진군수를 지냈다고 한다. 벽진은 하늘의 보배인 '별'을 말한다.
점심때가 살짝 지났지만 오르막을 오른 뒤 밥을 먹기로 했다. 산부추 꽃이 피었다. 용담꽃도 예쁘게 피어 산꾼을 반긴다.
 |
| 꽃말이 신선이라는 산부추꽃. |
■백마 등 올라타고 이랴!누군가 '달밭봉'이라고 이름을 지은 679봉에 올랐다. 산 아래 월곡리(달밭)가 있긴 하지만 이 봉우리를 달밭봉으로 부르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최근 봉우리마다 이렇게 이름을 써 놓은 곳이 많은데 검증된 것인지 알 수 없으니 썩 고맙지는 않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능선 위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사과도 꿀맛이다.
싸리나무 잎도 노랗게 단풍이 들었다. 화려하지 않으나 은은한 것이 기품이 있다. 한껏 핀 억새와 잘 어울린다. 가을 풍경을 열어젖히니 백마산 정상이다. 백마산 정상 일대는 말의 등처럼 능선이 길다. 산 아래 사람들이 보았을 때 말의 형상이었을 것이다. 정상에 서서 보니 주변에 흰 바위가 많다. 말이라면 백마로 보였겠다.
백마산 정상에서는 김천 혁신도시와 사드 배치 후보지인 골프장이 다 보였다. 백마산 정상은 정비가 잘 되어 있었는데 이곳 농소면의 해맞이 장소로도 쓰이는 모양이었다. 안내판도 잘 세워 놓았다.
이제 아래로 달릴 일만 남았다. 봉곡리까지 2.9㎞라는 이정표가 있다. 정상의 서쪽 능선으로도 등산로가 있는데 전망대도 만들어 놓았다. 일단 이정표를 따라 하산한다.
노곡리 갈림길까지 거침없이 달려간다. 밝나무며 싸리나무, 참나무 단풍이 짙다. '봉곡리 1.7㎞' 이정표에서 산행대장과 기자는 고방사로 하산한다. 김 회장은 봉곡리로 하산할 계획이란다.
바위가 부스러져 마사토가 되었다. 제법 길이 미끄럽다. 조망이 확 트이는 공간이 있다. 금방 지나온 백마산을 보니 산허리까지 제법 단풍이 들었다. 고방사에 가까워지니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고방사는 능선의 왼편에 있었는데 절을 살짝 지나쳐야 경내로 가는 길이 나온다. 개들이 먼저 달려와 컹컹 짖으며 손님맞이를 했다. 종무소에서 나온 분이 물지는 않고 모자를 벗으면 잠잠해진다기에 얼른 벗었다.
 |
| 하늘색을 닮은 가을 야생화 용담꽃. |
일주문에서 시멘트 포장도로를 내려가면 아침에 출발했던 사실 마을이다. 아주머니들이 여전히 교통량 조사를 하고 있어 손을 흔들었다. 문의:황계복 산행대장 010-3887-4155. 라이프부 051-461-4094.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 ▲ 김천 백마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
| ▲ 김천 백마산 구글어스 지도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산&길] <573> 김천 백마산 길잡이[산&길] <573> 김천 백마산 산행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