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부산 강서구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장 고중환)에서는 아내업고 달리기 '마이런' 행사의 결승이 펼쳐졌다. 평소에는 경주마들만 다니는 경주로지만, 이날 경주로 위 출발대에는 경주마가 아닌 건장한 남자들이 일렬로 들어섰다. '탕!' 출발 총성이 울리자 참가자들은 미친 듯이 100m 트랙 위를 질주했는데, 특이한 점은 참가자들 모두 여자친구 혹은 아내를 등 뒤에 둘러업고 뛴다는 것.
결승전은 그야말로 박빙이었다. 슬로모션 비디오 시스템이 없었다면 1, 2위 순위를 제대로 가리기조차 어려웠을 정도의 미세한 차이로 우승자가 결정되었다. 1,000여 명이 참가한 치열한 예선과 준결승을 거쳐 최종 우승을 차지한 김기범(25)-정윤(26) 커플은 100m를 17초88만에 주파하는 대기록을 세우며 '천만 원'의 우승상금을 거머쥐었다.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고 본인을 소개한 우승자 김기범씨는 국내 최초 개최된 이번 '아내업고 달리기' 대회에서 전국의 내로라하는 괴력남들을 따돌리고 첫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경찰특공대를 꿈꾸며 꾸준히 키워왔던 체력이 도움이 됐다"며 "처음에는 여자친구와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 참가했는데, 이렇게 우승까지 하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얼떨결에 우승을 한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김기범씨는 충주에서, 정윤씨는 서울에서 2번이나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을 찾아왔을 만큼 엄청난 열의를 보였다. "우승상금 '천만 원'을 어떻게 쓸 거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김기범씨는 "여자친구와 6.5대 3.5의 비율로 나눠가질 것"이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1992년 핀란드에서 처음 시작한 '아내업고 달리기' 행사에서 착안한 이번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마이런' 행사는 10월 29일 결승을 끝으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일심동체가 된 커플 선수들은 모래주로를 헤치고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애정도도 높이고, 상금도 받는 일석이조의 감격을 누렸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기존 서구의 아내업고 달리기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이번 '마이런' 대회에 경마 시스템을 적용했는데, 실감 나는 경주 구현 및 공정성 확보를 위해 경주 전후로 참가자의 몸무게를 측정하는 '전검량', '후검량' 단계를 도입한 것이 그 예다. 결승선 통과 순위를 판정할 때에는 사내 방송카메라를 이용해 슬로모션 비디오를 재생, 분석하기도 했다. 또한 경주로 바로 옆에는 응급구조 차량도 배치해 혹시 모를 안전사고까지 철저히 대비했다.
이번 아내업고 달리기 '마이런' 대회를 개최한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황용규 경마팀장은 "올해는 '마이런' 행사를 개최한 첫해임에도 불구, 참가자들의 반응이 너무나 뜨거워 놀랐다"며 "예선, 준결선을 거듭하며 그 흥미진진함이 배가되었는데, 내년에는 더 많은 분들께서 참여하실 수 있도록 다양한 종목을 추가한 '마이런' 행사를 준비 중이니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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