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국을 마비시킨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이 당사자 최 씨를 소환하며 의혹의 핵심에 바짝 다가섰다. 최 씨는 주요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로서는 특검 도입 논의가 주춤한 상황에서 하루빨리 납득할 만한 수사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처지다.
최, 횡령·배임 주요 혐의 부인
태블릿PC가 주요 실마리 될 듯
딸 정유라 조사 여부에도 관심
獨 검찰, 돈세탁 韓人 3명 수사
■최 씨 혐의 어디까지 밝혀낼까
최 씨는 31일 오후 3시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7층 영상녹화실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최 씨가 조사 전 한웅재 형사8부장과 약 20분간 면담하며 자신 때문에 혼란이 생겨 매우 죄송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최 씨는 법무법인 동북아 이경재 변호사와 또다른 변호인 한 명의 입회 하에 조사를 받고 있다.
최 씨에게 제기되는 혐의는 10여 개 안팎이다.
7월 말 처음 제기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서는 대기업 모금 과정에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재단 기금을 유용했다면 횡령·배임 혐의, 기금을 독일로 빼돌렸다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청와대 문건 유출과 국정 농단' 의혹에서는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죄와 외교상 비밀누설죄,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도 적용할 수 있다는 국회 입법조사처 분석이 있다.
딸 정유라(20) 씨와 관련해서는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 관리 과정에서 업무 방해 혐의, 교수를 상대로 한 협박·모욕 혐의가 검토될 수 있다. 또 정 씨가 독일 현지에 4억 원 넘는 부동산을 보유하는 과정의 증여세 탈루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가능성도 나온다. 이밖에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옷을 구매하는 과정의 뇌물공여 혐의도 거론된다.
최 씨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세계일보 인터뷰를 통해 정부 인사 개입설과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차은택 씨의 재단 운영 농단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봤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당선 직후 메일로 일부 받아봤지만 국가 기밀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특히 '국정 농단' 의혹의 핵심 증거로 부상한 태블릿PC를 둘러싼 진실 게임이 초기 수사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태블릿PC에 대해 최 씨는 "내 것도 아니고 쓸 줄도 모른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JTBC는 31일 태블릿PC 속 최 씨의 사진이 최 씨가 이 PC로 직접 찍은 '셀카'이고, 이 날 가족 모임에서 찍은 최 씨의 외조카들 사진도 담겨있다고 추가 보도했다.
■사법처리 수순 어떻게
검찰은 조사 도중에 재단기금 강제 모금과 기금 유용 등 혐의로 최 씨를 긴급체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의혹이 방대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만큼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최 씨가 검찰 출석 전 관련 증거를 없애려 한 정황이 상당 부분 드러난 데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최 씨의 귀국을 앞둔 지난달 26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대포폰'으로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의 아내에게 연락을 해 '입 맞추기'를 시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최 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 씨가 자진 입국했고, 증거 인멸의 여지도, 인멸할 것도 없다"며 긴급체포의 필요성을 부인했다. 심장 이상이나 공황장애 등 최 씨의 건강상태도 강조하고 있다.
긴급체포는 피의자가 3년 이상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도망의 우려가 있을 때 가능하다. 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 조사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정 씨는 이화여대 부정 입학과 탈세·외국환거래법 위반 의혹의 당사자다. 이 변호사는 "그 딸이 어느 정도 세월의 풍파를 견뎌낼 만한 나이라면 모르겠는데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지만, 여론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편 독일 검찰이 최 씨가 거주했던 슈미텐 지역 한 회사의 돈세탁 혐의에 대해 5월부터 수사하고 있고, 수사대상 중 한국인 3명이 포함돼있다고 31일 확인했다. 임환수 국세청장도 이날 국회 예결위에서 최 씨 일가의 법인 운영과 재산 취득 과정의 탈루 혐의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