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담화에 시민들 '싸늘'…민간단체는 반응 엇갈려

입력 : 2016-11-04 13:30:06 수정 : 2016-11-06 10: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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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4일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수사를 받겠다고 했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시민들은 많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첫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그 이후 최순실씨와 관련한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이날 재차 국민의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담화 자체를 평가 절하하거나, 하야를 요구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등 용서를 하겠다는 시민은 드물었다. 반면 더이상 국정혼란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김모(71)씨는 "형제와의 연을 끊었다는 등 또 동정심을 유발하는 얄팍한 수를 쓰는데 국민들도 두 번 속을 수는 없다"며 "시국선언·촛불집회 등 대통령 하야를 원하는 민심이 커지는 만큼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혼란을 최소화시키는 방안에서 권력을 내려놓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에 사는 직장인 최모(31·여)씨는 "대국민 담화에 사이비종교나 굿을 운운한 점은 외신으로도 외국에 알려질 텐데 국민으로서 창피하다"며 "할 말만 하고 기자들의 질문은 오늘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무원들은 박 대통령의 담화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담화를 평가하는 의견도 나왔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박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했는데, 짜인 각본대로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라며 "수사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잘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한 중앙부처 간부는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응할 뿐만 아니라 특별검사수사도 받겠고, 모든 책임까지 지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 화합과 국정 안정 차원에서더 이상의 혼란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도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공정한 수사를 해서 진실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시민단체들의 입장은 갈렸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이 시점에서 대통령 담화에는 소상한 경위에 대한 자백이나 고백이 있어야 하는데도 검찰 수사를 핑계로 이를 거부한 회피성 반국민적 담화"라며 "국민을 더욱 분노케 했다"고 평가절하했다.

안 처장은 "검찰·특검 수사를 받겠다는 말이 있었지만, 이 역시 결국은 짜고 치는 서면조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 민심은 일단 대통령직을 사퇴하고 수사를 받으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은 "대통령 자신이 수사받겠다는 것은 전향적"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은 일종의 국기 혹은 국정 문란 사건인데 개인 이권 사건으로 한정했다"고 비판했다.

고 총장은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행동이 국가 경제에 도움을 준 행위라 인식하고 있고, 자신이 어떤 책임을 질지 언급하지 않는 것을 보니 수사에 응하겠다는 것도 형식적"이라며 "급락하는 지지율을만회하고 국민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담화였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대통령이 과오를 인정했으므로 검찰이나 특검 수사 등 절차대로 가는 것이 수순"이라며 "그러나 대통령은 내란·외환죄가 아니면 형사소추가 안 된다는 장치는 보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박 대통령이 자세한 사건 경과를 설명하지 않고 기자들의 질의도 받지 않은 데 대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도 "그간 소통에 대한 지적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시국에 소통을 하느냐 마느냐가 핵심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중앙회장은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지키기위한 대통령의 의지를 담은 담화문이라 평가한다"며 "여야 정치권의 합의와 국민의 동참을 통해 거국내각 구성 등 현 사태 수습을 위한 해법이 마련되고 실행되기를 기대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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