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촛불] 쏙고 아줌마 "부녀회장도 베푸는데 대통령이 이랄 줄 몰랐어예"

입력 : 2016-11-27 23:05:26 수정 : 2016-11-29 11: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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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한테도 쏙고(속고), 국회의원한테도 쏙고(속고), 다 쏙(속)았심더."

부산 강서구 가덕도에 사는 일명 '쏙고 아줌마' 김경덕(사진·60·여) 씨의 이 말은 촛불 집회의 상징이 됐다. 얼마나 속았기에 수만 명 앞에서 부끄럼도 없이 '쏙고'를 외치게 된 걸까?

지난 23일 오후 5시 청소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김 씨를 가덕도 집에서 만났다. 수십 년간 성북동 장항리의 부녀회장을 했던 터라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점 말고는 강단 있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피조개 양식장을 운영하던 그는 부산신항 개발로 토지가 수용되자 주민들과 이주를 해야 했다. 투기 목적으로 외부에서 투자를 한 사람은 보상을 받았지만 법도 모르고 살던 이웃들은 보상을 못 받기도 했다.

"그땐 참 나라가 미웠습니다. 우리나라가 왜 서민을 안 지켜주는지."

부녀회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봉사를 많이 했다고 했다. "나는 자식이 있어도 부녀회장이라고 남에게 베푸는데 대통령은 자식도 없고 하니 당연히 국민을 위해 베풀 줄 알았지. 이래 자기 몫을 챙길 거라고 알았겠습니까?"

서울 광화문 집회 참석 한 번에 월급의 20%가 사라지지만 끝까지 나갈 작정이란다. "우리 자식들은 조금 더 좋은 데서 살아야지예. 그런 나라를 위해 끝까지 '쏙고'를 외칠 낍니다."

장병진 기자 joy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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