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역사상 최대의 촛불이 한꺼번에 타올랐다.
지난 26일 눈과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에 부산 13만 명을 비롯해 서울 광화문 광장에 130만 명 등 전국에서 190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13만 명 모인 서면 중앙대로
시민들 핫팩·비옷 나눠 줘
경찰에 과자 건네는 학생도
■문현교차로서 6월 항쟁 재연
이날 '박근혜 퇴진 4차 부산 시국대회' 본 행사가 시작된 7시 30분께 서면교차로부터 교보문고 일대 600m 구간 중앙대로 6개 차로에는 촛불을 든 시민들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행사 무대에서는 시 낭송, 자유 발언, 가수 조PD 등의 공연이 이어지면서 축제의 장이 연출됐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가 서면에서 열릴 때 3만여 명이 중앙대로를 행진한 적은 있지만, 이곳에서 합법적인 시국집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오후 8시 50분부터 시위대는 두 조로 나뉘어 서면, 범내골교차로, 중앙시장 방향과 서면교차로, 엔씨백화점, 문전교차로 방향 두 갈래로 1시간가량 행진한 뒤 남구 문현교차로에서 다시 만났다.
문현교차로는 1987년 6월 항쟁 당시 격렬한 투쟁이 벌어졌다는 점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다시 거리로 나선 시민들을 감동시켰다. 시민 이세홍(52) 씨는 "문현교차로에 다시 오니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촛불보다 빛난 시민 의식
이번 집회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훈훈한 장면들이 연출됐다. 집회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했지만, 이날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에 깔개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은 바닥에 앉을 수 없었다. 이때 일부 시민은 자신의 우의를 찢어 바닥에 깔고 사람들을 모았다.
날씨가 추워지자 시민들의 온정의 손길도 이어졌다. 한 약사는 자신의 약국에서 파는 핫팩 500개를 무료로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일부 학생은 "경찰 아저씨"를 외치며 경찰관 주머니에 과자, 핫팩을 넣어줬다. 또 서면 1번가, 쥬디스태화 쪽 일부 카페, 상가는 화장실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도 쓰레기를 치우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시민들은 주최 측이 나눠준 큰 봉지에 물에 젖은 피켓, 전단을 주워 담았다. 현장에서 쓰레기 줍기를 주도한 정호진(27) 씨는 "단순한 촛불 집회가 아니라 역사의 현장이 되기 위해서는 마무리까지 완벽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며 웃어 보였다.
황석하·김준용 기자 hsh03@
유튜브 주소 https://youtu.be/c368RpLcQIM
영상제작-서재민PD, 이승준, 박민하, 장다원 대학생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