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부산과 서울 등 전국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무려 232만 명이 참가하면서 최대 규모 기록 190만 명을 가뿐히 갈아치웠다. 정치권을 향한 민심이 폭발 직전에 이른 것이다.
'박근혜정권퇴진 부산운동본부'는 이날 서면에서 열린 5차 시국대회에 지금껏 가장 많은 20만 명(경찰 추산 2만 3000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서면 거리에는 부산 10개 대학이 참여한 '박근혜 퇴진 부산지역 교수·연구자 시국대회' 등 다양한 사전 행사와 함께 루돌프가 뛰노는 깜찍한 거리 선전전이 벌어지는 등 연말 분위기를 달궜다. 주말 나들이하듯 역사의 현장을 함께 하려는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부산지역 청년결사대'는 "연쇄담화범! 근라임은 대망상자! 정치적 금치산자!"라고 쓴 '긴급체포영장'을 홍보했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시국대회는 막바지로 가면서 분위기와 인파가 최고조에 달했다. '박종철 합창단'의 공연과 부산지역 교수들의 시국 발언에 이어 고등학생, 대학생이 차례로 나서서 격정적으로 자유 발언을 했다.
이날 밤 부산진구 중앙대로와 전포로 일대는 시민 20만 명이 동시에 내지르는 거대한 함성의 물결로 가득했다. 오후 9시께 끝이 보이지 않는 두 개의 행렬이 종착지인 문현교차로를 일주일 전보다 더 뜨겁고 큰 해방구로 만들어 버렸다. 시민들은 '광야에서'와 '거위의 꿈' 등을 목놓아 불렀고,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고 쓴 커다란 현수막이 육교 위에 펼쳐졌다. "새누리당도 공범"이라며 대형 현수막 찢기 퍼포먼스도 했다.
중학교 2학년 아들, 초등 5학년 딸과 함께 처음 거리로 나왔다는 이은령(52·여) 씨는 "아이들에게 이런 역사의 현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감격스러우면서도 국민들의 목소리를 이렇게도 듣지 않는 시국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과 시위가 이어지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인 시민 170만 명(경찰 추산 32만 명)이 집결했다. 광화문 광장 바로 옆에 있는 주한미국대사관에서도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행적을 규명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날 오후 7시에 맞춰 일제히 촛불을 껐다가 다시 켜는 '1분 소등' 퍼포먼스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박세익·김경희·민소영 기자 r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