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과 관련해 청와대가 직접 나서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탄압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문화 융성'을 주창하는 정부가 영화에 대한 사전 검열은 물론이고 상영 중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화제를 탄압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것도 권력의 정점에 있는 청와대 비서실이 외압의 배후가 되어 국회와 정부 조직을 동원했다는 것은 좀체 믿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언론통제 및 문화검열 정황을 폭로한 기자회견은 그래서 충격적이다. 특히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릴 무렵인 2014년 9월의 김 전 수석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로 보이는 메모가 다수 발견됐다. '교문위 신성범 간사-국감장에서 성토 당부' '부산영화제-다이빙벨-이용관 집행위원장, 60억 예산 지원' '다이빙벨 상영할 것으로 예상됨→수사' 등의 메모는 당시에 전개된 '다이빙벨 사태'를 짐작게 한다.
청와대가 다이빙벨 상영과 관련해 시시각각 대책을 내놓은 이 메모들은 당시 BIFF 사태의 전개 양상과 퍼즐 맞추듯 제대로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의혹을 살 만하다. 부산시와 감사원의 BIFF 집중 감사, 이용관 위원장 사퇴 종용, 영화진흥위원회의 BIFF 예산 반 토막 삭감, BIFF 관계자 검찰 고발 등이 차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영화제에 대한 문화 탄압을 사실상 청와대가 뒤에서 지휘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BIFF 사태와 관련해 부산시민이 알고 싶은 것은 무엇보다 실체적 진실이다. 사태의 막후에 최순실 사단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있었다는 의혹이 사실인지 부산시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 그래서 최순실을 비롯하여 김기춘, 차은택 등이 증인으로 참석하는 오는 7일의 제2차 청문회는 BIFF 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중요한 자리가 될 수 있다. 국회의 조사가 끝나면 "순수하게 부산시 차원에서 판단한 것"이라는 부산시의 BIFF 사태 역할론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