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맛보기와 맞보기

입력 : 2016-12-14 20:00:14 수정 : 2016-12-16 09: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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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헷갈린다는 건,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확하지 않다는 건 결국 틀렸다는 말. '한 끗' 차이로 잘못 쓴 말들을 보자.

'흑163으로 응수하자 계속해서 백164로 단수치고 165로 막아 우변 흑 다섯 점을 잡는 수와 우하귀 다섯 점을 잡는 곳을 맛보기로 하고 있다.'

'맛보기'는 '맛을 보도록 조금 내놓은 음식', 혹은 '어떤 일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시험 삼아 해 보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이 기보 해설에서는 그게 아니라, '네가 그걸 차지하면, 나는 이걸 차지하겠다'는 뜻으로 썼다. 맛보기가 아닌 것이다.

그런 뜻을 가진 말은 '맞보기'다. '바둑에서, 거의 동등한 가치의 착점을 홀수로 쌍방이 번갈아 놓을 수 있는 상태'라는 뜻. 발음이 똑같아 잘못 쓴 것이다. 발음 때문에 잘못 쓰는 말로는 이런 것도 있다.

<국과수 "故신해철 횡경막 천공 의인성 손상 가능성">

우리 몸에는, 이 기사 제목에 나온 '횡경막'이라는 게 없다. '배와 가슴 사이를 분리하는 근육'은 '횡격막'이기 때문이다. 한자말 횡격막 대신 가로막으로 쓰면 틀릴 확률을 좀 줄일 수 있을 터.

'방제'와 '방재'도 많이들 헷갈린다. 표준사전을 보자.

* 방제(防除): ①재앙을 미리 막아 없앰. ②농작물을 병충해로부터 예방하거나 구제함.

* 방재(防災): 폭풍, 홍수, 지진, 화재 따위의 재해를 막는 일.

그러니, '솔잎혹파리 방재'나 '재선충 방재'에서 '방재'는 모두 '방제'로 써야 옳다.

어느 신문 제목 <가짜 백수오 복용자들 첫 손배소 제기>는 자칫 오해를 부를 수도 있겠다. '복용'은 아무것이나 먹는다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전을 보자.

* 복용(服用): 약을 먹음. =복약(服藥)

이렇게, 약 먹는 것만을 복용이라 하기 때문에, 건강식품인 백수오에 써서는 안 된다. '복용자'를 '음용자', 혹은 상황에 따라 '소비자, 구매자' 따위로 바꾸면 될 터.

언어생활이란 게 비스름하게 생긴 걸 어림짐작으로 쓰는 건 아니므로, '비슷한 그 무엇'은 별 의미가 없다. 헷갈리는 말들을 정확하게 가려 써야 소통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 한데, 그렇다면, 말이 안 통한다고 답답해하기 전에, 과연 내가 쓰는 말은 정확한지, 한번 돌아볼 필요도 있겠다.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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